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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80] 조선족의 학력과 언어적 자원에 따른 취업 및 진로

방미화

2021년 11월 12일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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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새로운 조선족공동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그러한 도시의 새로운 공동체 구성원인 조선족들의 국내 로동시장 진출에 관한 연구는 매우 희소하다. 생산활동을 매개로 하지 않는 공동체 형성은 그 기반이 허약하다는 점에서 조선족들의 취업 및 생계활동에 대한 실태가 잘 파악되여야 한다고 본다. 이에 필자는 산업이 발달하고 조선족이 대거 집단거주하고 있는 지역들인 대련, 청도, 심양 지역을 대상으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의 로동 및 생활 실태에 대해 고찰한 적이 있다.

1) 학력에 따른 이주의 분화

대련, 청도, 심양 세 도시에 취직한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학력별로 조선족청년들의 이주가 분화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본고에서 소개하지는 않지만, 별도 조사에 의하면 연변에 남아 정부기관과 사업단위에 취직한 허다한 조선족들의 학력은 대졸 이상인 석사, 박사이다. 그들은 정부기관과 사업단위에 취직하여 직급을 가지며 앞으로 정부기관과 사업단위에서 승급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찾고자 한다.

연변의 한국기업에 취직한 조선족청년들은 대부분 대졸 이하인 전문대, 고졸, 초졸 학력이다. 그들 가운데는 학교를 졸업해서부터 연길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직하여 몇년간 근무해온 사례도 있고, 또 대도시로 진출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취직한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주로 대도시에서의 자신의 진로에 대한 막막함, 타향에서의 고독감, 고향에서의 기회증가 등 원인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와 취직하게 된다.

이와 같이 대졸 이하의 조선족들이 대도시에 진출했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강한 데 반해, 중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했거나 유럽, 미국, 한국, 일본 등 나라에서 류학하고 돌아온 조선족들이 연변에 돌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그들은 학력, 전공 등 방면의 조건을 구비하였기에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였으며, 대기업에 취직하면 또한 그것을 계기로 호구를 해결받을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도시정착이 쉽기 때문이다.

대련 글로벌 기업의 한국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대졸 이상인 데 반해, 일본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조선족들은 학력에 관계없이 일어구사능력을 구비한 경우들이다. 청도에 진출한 조선족의 학력은 더욱 다양하다. 그것은 청도에 한국기업이 대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초졸, 고졸 학력으로 한국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되여있기 때문이다.

2) 조선족의 언어적 자원과 취직의 관계

1992년 중한 수교이후 중국의 대도시에 한국기업이 대량으로 진출하게 되며, 따라서 대도시에 진출하여 한국기업에 취직하는 조선족들이 증가하게 된다. 그것은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할 줄 아는 조선족의 가교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이 대도시에 진출함에 따라 조선족들이 한국기업에 쉽게 취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언어적 우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재지역에서 한족 초중과 고중을 다닌 조선족이라면, 한국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하지만, 연변 조선족의 경우는 대부분 조선족 초중, 고중을 다녔기에 한국어가 능숙하며, 그러한 리유로 한국기업에서의 취직이 대단히 용이하였다. 조선족들의 언어적 우위는 그들의 취직을 뒤받침해주는 요소이다.

하지만 한류 등 영향으로 인해 중국의 많은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설치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한족들이 늘어남에 따라, 또 한국에 류학하고 돌아온 한족들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기업에서 혹은 중국기업에서 가교역할을 해왔던 조선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또한 글로벌 기업에 취직한 조선족들의 경우, 초중, 고중 때 배운 외국어가 일어였기에 한족에 비해 영어수준이 떨어지므로 승진에 있어 한계가 있다. 때문에 현재 조선족들의 이중언어가 한족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요소라고 하기는 힘들다. 비록 조선족들이 언어적 자원을 활용하여 한국기업 내지 국내 기업에 취직함으로써, 중한간의 교류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 큰 기업으로 취직자리를 옮겨 사회적 위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중간단계는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양상에 반해, 중국어, 한국어, 일어, 영어 등 4개국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또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가 사회적으로 인재가 필요한 분야이면, 글로벌 기업에 취직할 가능성이 많고 또 기업내 승진이나 이직 이후 더 좋은 기업에서의 취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대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영어를 전공하였고, 또 일본에 류학하여 일어를 습득하게 된 경우이다. 이처럼 언어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거기에 사회적으로 유용한 분야를 전공했을 경우는, 한족에 비해 국제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훨씬 강하다.

3) 국내 한국기업의 발전과 조선족 취업 및 진로의 관계

조선족들이 대도시로 이주하기 이전의 직장은 주로 도시의 국유, 집체 기업과 기타 정부기관, 사업단위 등이였다. 그리고 농촌지역에서는 주로 농업생산에 의존하였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활동에서 벗어나 외국이나 연해지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조선족들이 새로운 도시 혹은 해외에서 갖고 있는 직장은 기존의 직장처럼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저임금을 겨냥하고 중국 연해도시에 투자한 많은 외국기업 특히 한국기업들이 단지 이중언어를 구사할 줄 알기에 채용한 단순로동력에게 많은 보수와 혜택을 줄 수 없으며, 따라서 한국기업에서의 취직은 조선족들에게 안정된 직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시 이주 초기부터 조선족청년들의 취업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였으며 그러한 양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청도시 조선족인구감소의 사례를 놓고 보더라도 그러하다. 1980년대 말부터 청도시에 한국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거의 20여만명 가까이 되는 조선족들이 청도에 진출하여 한국기업 등에 취직하였으나 현재는 12만명 내지 13여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그것은 국내 인건비의 상승, 외국기업에 대한 정부 혜택의 감소 등 원인으로 인해 한국기업들이 청도에서 철수함에 따라 일자리가 대폭 감소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청도시 조선족인구의 감소는 2007년 한국의 방문취업제 실시로 인한 무연고 조선족들의 한국이주와 밀접한 련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상승 등 원인으로 말미암아 한국기업들이 중국의 서북지역 및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에 진출함에 따라 많은 조선족들이 취직을 위해 그러한 한국기업 진출 도시로 다시 이주하였다는 것은 국내 한국기업의 발전이 조선족의 취직 및 경제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4) 도시별 특성

각 도시의 피면담자가 그 도시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인터뷰과정에서, 그리고 해당 도시를 방문하여 여러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도시별 특성을 일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대련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곳으로서 산업과 무역이 크게 발전한 지역이기 때문에 조선족들의 취업기회도 그 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중간한 기술 수준이나 능력으로 벌 수 있는 소득은 최근의 급속한 집세인상추세를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의 빠른 추세는 다국적기업들이 이곳을 앞으로도 주요한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기지로 삼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영어능력 등을 습득하여 다국적기업이나 중국기업의 본류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청도지역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류사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청도의 경우 한국기업이 일찌감치 대거 진출하고, 또 그만큼 조선족들이 방대한 규모의 공동체를 건설해놓은 지역이기 때문에 쉽게 허물어질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낮은 인건비를 겨냥하여 진출한 경공업, 중소기업들은 빠른 인건비상승추세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이미 동남아지역으로 진출하였거나 일부는 중국 서부지역으로 이전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한국기업에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기업의 탈출 속에서 한국기업에서 업무를 익힌 세대들의 창업이 늘고 있으며, 이들중 일부는 한국에 의존하지 않고 중국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양은 대련이나 청도에 비하여 일찌감치 산업과 무역이 발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조선족들이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올 유인이 강하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다른 동북지방보다는 조선족들의 회귀가 이 지역의 공동체를 유지시켜주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종합하면, 취직과정에서 조선족의 한국어와 일본어구사능력 등 언어적 우세는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한국기업의 발전은 조선족들의 취직과 진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수준의 언어능력을 매개로 한, 그리고 국내 소수민족으로서의 리점을 활용하면서 조선족들은 초국적 련결망을 구축해왔으나, 향후에는 로동시장내 지위에 따라 공동체에 대한 각기 다른 전망에 기초하여 사회적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