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마음으로 타일러주는 선배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친구가 있다는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정중하게 허리굽혀 청을 들고싶다. 나한테 비판과 지적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정년퇴직후 나는 시간이 남아도는지라 이런저런 글을 쓰다가 결국 컴퓨터타자를 배우게 되였다. 복잡하게 한자의 획수까지 낱낱이 기억해둬야 하는 5획타자는 아예 엄두도 못내고 그냥 한어병음입력으로 하는 한자타자를 대충이나마 배워내기는 했는데 속도가 말그대로 게걸음이였다. 하긴 주로 글을 쓸 때 하는 타자라 생각하는 한편 키를 두드리기에 타자속도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였다. 게다가 이 나이에 컴퓨터를 다룬다는그 자체만으로도 어깨를 으쓱할만한 일이라고 여기는 나였으니깐…
그건 그렇고. 병음타자를 하면서 전에 잘못 알고있던 한자음을 교정할수 있다는 점이 참 흥분스러웠다. 얼마전까지만도 나는 연변토박이 조선족이라 한어로 대화를 하거나 연설을 할 때 성조, 혀를 펴고 내는 소리(平舌音)와 혀를 감고 내는 소리(卷舌音)를 잘 가리지 못하는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절로 발견한 발음착오, 인식착오는 너무나도 많고 선명했다. 그런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고스란히 착오를 "견지"하고있었으니 참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싶은 마음이다.
한번은 글 한편을 쓰다가 "오유, 과오"라는 뜻을 가진 "謬誤"의 "謬"자 타자를 놓고 쩔쩔 맨적이 있었다. 여직껏 그것을 "niu"로 발음하는줄로만 알고 올리 훑고 내리 훑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자전을 둘춰보니 그놈의 이름은"miu"였다. 자기절로 얼굴이 붉어지는걸 어쩔수 없었다. 어려서 한자를 배울 때 잘못 배우고 또 쭉 "niu"로 읽어왔던 나, 당년 교원으로 강의를 할 때에도, 후에 부문 책임자로 있으면서 연설을 할 때에도 이 단어를 자주 사용했을텐데 나의 학생과 청중들은 얼마나 나를 비웃었을가? 그것이 틀린줄을 뻔히 알면서 범하는 착오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나처럼 자신의 무지함 때문에 착오를 범하는 경우가 많을것이다.
언제 있었던 일이던가. 한번은 내가 집에서 시금치를 무쳤는데 당시 초중 1학년에 다니던 아들놈이 맛있다고 야단이였다. 며칠후 아들애가 재차 시금치무침을 요청해오기에 걔더러 시장에 나가 시금치 한단을 사오라 했더니 난데없는 유채 한단을 사들고 달려들어오는게 아닌가. 도시아이들이 벼와 부추를 가리지 못한다더니만 제 자식이 시금치와 유채를 가리지 못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이들은 유치해서"하며 웃을 일도 아니다. 이전에 나는 줄곧 파이내플이라는 과일이 나무에 열리는줄로만 알고있었다. 그러다가 2002년, 운남 시쐉반나에 있는 거대한 식물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새파란 파이내플들이 한메터 되나마나한 초본식물에 열려있는게 아닌가. 동행하던 사람들이 "이게 바로 파이내플나무구만!"하면서 감탄을 하는걸 보니 나와 류사한 사람들도 적지는 않는것 같았다.
고의적으로 범하는 착오는 수치스럽고 대중의 질책을 받을 일이지만 무지로 낳은 착오는 가소롭고 서글프다. 결국 전자든 후자든 방조가 필요한것만은 사실이지만 특히 무지때문에 착오를 저지른 사람은 남의 방조가 없이 혼자힘으로 깨닫자면 직접 겪어봐야 하기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할것이다. 심지어 영원히 그것을 개조할수 있는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마치 이번에 내가 한자병음으로 하는 타자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전의 발음착오를 영원히 모른채 저세상에 갈지도 모르는것처럼…
자책을 하는 동시에 나는 유감스럽고 억울했다. 심지어 그당시 나의 착오를 고스란히 받아준 사람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처럼 많은 나의 학생과 동사자들 그리고 친구들가운데 나의 이처럼 선명한 착오를 지적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단말인가? 간단하게 귀띔만 해주어도 인츰 고칠수 있었던 자그마한 착오인데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일부 한자를 정확히 발음하지 못한 착오외에도 이런저런 "저급적"인 착오들을 참 적지 않게 범한것 같았다. 그속에는 고의적으로 범한 착오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무지함이 겪은 착오, 그러고보니 긍정적인 말, 칭찬의 말만 많이 들어오고 비판, 지적, 의견의 말을 적게 듣는다는것이 나같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해로운 일인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되였다.
잘못을 알고 고치는것은 인간의 미덕이라고 했다. 자기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착오는 그 크기와는 무관하게 결국은 과오이며 반드시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할것이다. 그런데 때론 사람들은 타인의 일부 착오를 아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마치 남에게 선량을 베풀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선량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사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아주 나쁜 일이라고 나는 말하고싶다. 잘못에 대해 조소하거나 비꼬지 말아야 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남의 잘못을 회피하거나 덮어감추지도 말아야 한다. 남의 잘못에 대해 명확하게 지적해주고 하루속히 고치도록 다함없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선량한 인간이 아닐가.
주변에 마음으로 타일러주는 선배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친구가 있다는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정중하게 허리굽혀 청을 들고싶다. 나한테 비판과 지적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나의 앞날은 이제 멀지 않지만 그래도 바르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련다. 잘못을 고치는데야 뭐 이르고 늦고가 있으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