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아침 기상을 알리는 자명종소리가 꿀잠에 빠져있는 날 깨웠다. 가까스로 눈을 뜨고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시간은 새벽 4:50분, 창밖은 아직도 캄캄하다. 난 따뜻한 이불로 몸을 감싸며 다시 돌아누웠다. "한 5분간만 더 자야지..."
순간 젊은 교양원과 담화를 나누던 나의 목소리가 귀가에 들려왔다. "인생이란 사실 자신과의 싸움이랍니다." "우리는 매일 순간순간 자기와의 전쟁을 하고있습니다." "자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인생의 승자가 되겠죠?"...
사실 말은 이렇게 멋있게 했어도 난 언제나 자기와의 싸움에서 우유부단할 때가 많다. 오늘도 마찬지다. 자명종소리가 울린지도 이슥한데 아직도 따뜻한 잠자리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있다...
난 "화닥닥"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아침마다 어김없이 진행되는 식사준비--"먹는 공정"이 시작된것이다. "하루에 한끼만 먹는것이라면 얼마나 좋아?"...살다보니 사실 먹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였다. 비록 둘이라지만 하루 세끼 식사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럴때면 조물주도 원망스럽다. "참 하느님도 무정하지. 하루 한끼로 정할것이지... 왜 세끼로 정하셔서 자원랑비, 인력랑비, 시간랑비만 시키십니까?" 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유치원교양원의 유치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아침준비에 서둘렀다.
하지만 "아무래도 할일이라면 즐겁고 유쾌하게"란 나만의 인생철학을 생각하면서 비록 종종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아Q정신"이지만 그래도 그 인생철학이 날 항상 기쁘게, 나의 마음에 항상 평화를 가져다주고있다. 하여 오늘도 비록 매일마다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이지만 어느새 속으로 코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아침식사준비에 서둘렀다.
남편의 아침식사는 고전식- "된장찌개", 나는 현대식-"과일, 우유쥬스와 닭알 후라이"로. 사실 한동안 남편의 고전적 식습관을 고쳐드릴려고 나는 많은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얼마간 적응하는가싶더니 언제부턴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말았다. 아마 이런것을 가리켜 세대차이라고 하나 본다? (공주병~) 하하하~~허지만 선배들의 말씀은 언제나 진리다. 시어머님은 항상 나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살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맞추라고 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맞춰가면서 살아가는것이 제일 편하고 행복하고 쉽게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그땐 그 말씀이 왜 그리도 싫던지... 꼭 마치 당신의 귀하신 아드님을 잘 맞춰주라는 무언의 암시로 명령으로 느껴졌던것 같다. 그런데 이젠 내 나이 40을 넘기고 보니 시어머님의 그 말씀이 도리여 진리로 인생의 지침서로 마음에 다가오고있다. 하여 어느 순간부터 남편을 고쳐가면서 살려던 나의 "알찬 야심"을 접고 남편에게 맞추고 순응하는 "바보"로 살기로 생각을 바꿨다. 근데 그후부터 이상하게 나의 마음만은 항상 "해피데이"다. 이것 또한 "아Q-정신승리법"인가?
간단하고 영양가가 높은 나만의 아침식사를 끝마치고 난뒤 난 또 다른 공정에 뛰여들었다. 이 공정에는 남편이 지어준 특이한 이름이 있다.
"김영란만의 장식공정"이다.
아무튼 그분은 참 묘하신 분이다. 그분의 말씀대로 이 공정도 끝날줄 모른다. 아침마다 그렇게 열심히 "장식"을 하지만 "무정세월이 유정세월"이라고 세월이 흘러간 흔적은 지울수 없나 본다. 후~~~
아침 6시 15분, 모든 준비를 끝마친 나는 일찍 문을 나섰다. 오늘도 이렇게 일찍 문을 나섰어도 탁아2반의 왕나교양원을 따라잡지 못할것이다. 그는 매일마다 6시25분이면 어김없이 유치원에 도착하니깐... 그리고 중2반의 장분희교양원도 이미 유치원에 출근을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서 또 한번 감사한 마음이다. "항상 따뜻하고 화목한 새싹가정...... 혼자의 생각에 사로잡혀 걷다보니 어느새 뻐스정류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남편이 걸어온 전화다. "알로에는 왜 가져가지 않느냐"고...그때서야 "새집에 이사간 교사에게 알로에모를 가져다주겠다" 고 한 약속과 문앞에 두고온 알로에가 생각났다.
교양원과의 약속은 절대로 어길수가 없었다. "약속을 어긴다는것은 원장으로서 교양원들의 믿음과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니깐." 나는 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알로에모를 들고 다시 대문밖을 나서려는데 택시 두대가 문앞에 대기하고있었다. 오늘따라 택시들이 얼마나 얄미운지 모른다. 아까도 택시에 앉고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억제하면서 문을 나서는데 다행으로 앞서가던 학생이 택시에 앉는바람에 너무 긴 사상투쟁이 필요없었다. 근데 지금은 아까보다 상황이 다르다. "문제는 시간이다."... 그리고 아까는 택시가 한대뿐이였는데 지금은 택시가 두대나 된다. 또한 다정한 택시기사아저씨까지도 나를 내다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럴때일수록 립장이 견정해야지. 그리고 남에게 요구하는것이면 나부터 실천해야지..." 나는 택시를 타지 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뻐스를 타고 출근하라고 한 리향교양원과의 약속을 되새기면서 택시기사아저씨의 다정한 미소를 외면한채 급히 뻐스정류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먼 앞에서 3선뻐스가 오고있었다. 나는 정류소를 향해 힘껏 뛰였다.
유치원에 도착하고보니 시간은 6시55분, 다른때보다 한 10분간 늦어졌지만 마음은 어느때보다 기쁘고 즐거웠다. 또한 자호감으로 가슴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꼭 마치 "개선장군"이 된 느낌?...
그렇다. 나는 "개선장군"이다. 오늘 아침에 있은 몇차례의 "나와의 전쟁"에서 번마다 승리하였으니깐...
오늘 난 또다시 인생이란 자기와의 싸움이란 사실을 가슴깊이 느끼게 되였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의 길도 바로 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갈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