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딸과 사위가 한번 잘 살아보겠다고 한국으로 돈 벌러 떠나면서 외손녀인 강봉화를 우리 두 늙은이가 맡아주었으면 하였다. 그때 우리는 《마음 놓고 떠나가거라, 봉화는 우리가 맡아줄게.》 하고 대답하였다.
정작 봉화를 인평으로 데려오고보니 앞이 캄캄하였다. 젊은 부모들까지 근심하는 자녀교육을 일흔고개를 올라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기때문이다.
얼마동안 골머리를 앓다가 피끗 떠오른것이 공부를 잘하게 하자면 손녀한테 책읽는 재미부터 붙여줘야 하겠다는것이였다. 그리하여 2006년 1월에 나는 소학교 2학년 상학기를 끝낸 손녀를 앞세우고 연변조선문독서사를 찾아가서 손녀를 독서학습반에 참가시켰다.
손녀는 1년이 좀 넘는 사이에 독서학습반만 하여도 6기 참가하고 76권의 책을 읽고 52편의 독서필기와 감상을 썼다.
손녀한테 책을 읽히려면 나부터 봐야겠구나
손녀를 따라 독서사에 간 나는 그 책과 책장에 벌떼처럼 붙어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혀를 찼다. 5,6학년쯤 되는 아이한테 물어보니 이미 본 책만 하여도 수백권 되고 독서필기만 하여도 수백편을 썼다고 하였다. 정말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애들의 뒤에는 독서를 지도해주는 훌륭한 부모들이 있었다. 늙었지만 나도 저런 아이들의 어머니처럼 손녀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독서사에서 조직하는 학부모활동에는 죄다 참가하면서 그들의 경험을 배웠다.
독서지도를 잘하자면 손녀가 보는 책을 나도 보아야 하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손녀가 보는 책은 내가 먼저 보고 그 책에서 무엇을 배울것인가를 손녀와 함께 의논하군 하였고 손녀에게 독서필기습관을 길러주기 위하여 내가 먼저 독서필기도 하고 감상문도 쓰고 독서사에서 엄마랑 함께 하는 애심컵 독후감대회에도 부끄럼없이 참가하였다. 내가 이렇게 본을 보이니 손녀도 책을 보고는 꼭꼭 독서필기를 하고 독서감상문도 썼고 글짓기대회에도 참가하는것이였다.
손녀한테 책읽기에 재미를 붙여주기 위해 어떤 책은 봉화와 함께 보기도 하였다. 어느 글엔가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는 단락이 있다. 그 단락을 읽을 때 나는 어머니역을 맡고 봉화는 아들역을 맡았다. 《내가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내가 살아있는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하고 랑독하면 봉화는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일이 닥쳐도》 라고 받아외우고는 이렇게 책을 읽으니 더 재미난다고 하는것이였다, 그렇게 말하던 봉화가 눈을 반짝이며 다시 랑송하는것이였다. 《사랑해요 할아버지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할아버지, 어떤 일이 닥쳐도》 그때의 감동을 한입으로 말할수 없다. 나는 그것이 독서의 힘이라고 믿었다.
지금까지 나도 76권의 아동도서를 보고 52편의 독서필기와 독서심득을 써서 봉화와 바꾸어 보았다,
독서는 손녀뿐만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한것이구나
독서사에 다니며 책을 보면서부터 봉화한테는 많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제일 눈에 띄우게 변한것이 공주병이 사라져가는것이였다. 예전에는 친구사이에서나 집에서나 자기밖에 몰랐지만 지금은 다른 아이들을 리해해주고 도와주기 시작하였고 집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350도 되는 돋보기를 걸고도 직경이 10센치메터 넘는 확대경을 들고 어렵게 책을 보는 나를 보고 봉화는 눈보건체조를 배워주며 쉬였다 하라고 하고 할머니를 도와 석탄불도 때주군 한다. 어떤 때에는 우리앞에서 노래부르고 춤 추면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리고는 이제부터는 할아버지는 자기의 수학선생이 되고 자기는 할아버지의 한어선생이 되며 조선어는 할아버지와 동학사이가 되여 서로서로 배워주자고 하는것이였다. 그렇게 변해가는 봉화의 모습을 보면서 책의 힘은 참 큰것이라는 생각이 들군하였다.
봉화한테 책읽기를 지도해주면서 내가 크게 깨달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독서는 젊은이들이 해야 할뿐만아니라 우리 늙은이들도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다. 처음에 봉화한테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시작한 독서였으나 봉화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나자신이 많이 변해가고있음을 발견하였다. 우선 내마음이 아이들처럼 젊어가고 아이들처럼 맑아지고 평온해가고있다는것이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어렵게 산것을 남의 탓처럼 생각하며 항상 불만스럽게 여겨왔는데 봉화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오늘을 바라보며 웃음을 담고 살수있게 되였다. 봉화가 기특한 어린이로 자라는것도 기쁘고 늙은 내외가 칠십이 넘도록 사는것도 기쁘다. 책을 보니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볼수 있고 인생을 볼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독서필기장에 《독서는 한평생 끊지 말고 해야 할 일》 이라고 써놓고 그밑에 《독서만세》라고 써놓았다. 나는 이세상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이 들어맞는 만세는 《독서만세》라고 생각한다.
이제 금방 1년간 손녀와 함께 독서사에 다니며 책 몇권을 보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나니 주책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늙은이는 한가지만을 약속할수 있다. 봉화나 나나 앞으로 계속 더많은 책을 읽으면서 책과 함께 인생을 가꿔갈것이다.
책속에 길이 있다
- 단 한권의 책밖에 읽은적이 없는 인간을 경계하라. - 책 없는 방은 령혼 없는 육체와 같다. - 모름지기 남자는 다섯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 책을 백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통해진다. -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뿐이며 그것을 자기것이 되게 하는것은 사색의 힘이다. - 어떤 책은 맛만 볼것이고 어떤 책은 통채로 삼켜버릴것이며 또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것이다. - 책은 처음 읽은 때에는 새 친구를 얻은것과 같고 전에 정독 했던 책을 다시 읽을 때에는 옛날 친구를 만나는것과 같다. -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인해 존귀하게 된다. - 가장 훌륭한 벗은 가장 좋은 책이다. - 누구에게나 정신적으로 하나의 기원을 만들어 주는 책이 있다. - 책속에는 과거의 모든 령혼이 가로누워있다. - 육체에 대한 독약은 대개는 그 맛이 불쾌한것이지만 신문 이나 악서속에 담겨있는 정신에 대한 독약은 아주 매혹적 이며 그럴수록 그것은 더욱 사악한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