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지 설정
최신 교육 과학 문화 스포츠 건강 관광 멀티미디어 포토 중국명승 특별추천 【코로나특집】
이달의 칼럼

“우리 장단문화를 지켜가고 싶다”

2022년 04월 22일 14:07

【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산동성 청도시의 ‘56북춤회’ 홍상준은 우리 민족의 전통사물놀이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불철주야로 달리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홍상준(71세)은 흑룡강성 녕안시 태생이지만 연변에서 장기간 생활했고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그는 왕청현 계관향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음악을 즐겼던 부모형제들의 영향으로 음악에 눈을 뜨게 됐다. 건국 초기 호조조시절, 콩탈곡, 벼탈곡, 조이탈곡을 할 때마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도리깨를 휘두르며 “어허야, 어허야, 먹여라, 쳐라.” 하며 노래를 부르며 일할 때마다 그는 어르신들을 따라다니며 ‘소리’를 익혔다.

“어릴 때의 추억이지만 마을의 어르신들이 빙 둘러서서 도리깨를 휘두르며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그때 일하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였고 아마도 그때 받은 영향으로 우리 민족의 장단에 올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구의 음악인을 방불케 하는 하얀 곱슬머리를 곱게 떠인 홍상준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격변의 시절에 초중을 중퇴하다싶이 한 홍상준에게 있어서 부모님들이 소리를 하면서 신나게 일하던 모습은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그는 소리에 맞춰 앞사람이 도리깨를 휘둘러 두툼한 콩묶음을 갈라놓으면 뒤사람들이 줄이어 도리깨를 휘두르는 것이 꼭 마치 물레방아가 쉼없이 도는 것처럼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일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노래가 로동의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의 장단에서 비롯되였음을 알게 된 홍상준은 꿈을 안고 왕청현문공단 윤송령 단장을 찾아갔다. 당시 윤송령 단장은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는 명곡 <논물관리원>을 작곡하여 음악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었다. 홍상준은 주저없이 우리 민족의 장단에 대해 가르쳐줄 것을 간청했다. 음악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여직껏 우리 민족의 장단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고 하면서 윤송령 단장은 그의 간절한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 장단연구에 깊은 조예가 있었던 왕청현문화관의 박호성 선생도 우리 민족의 가락을 사랑하는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이 날 때마다 홍상준을 찾아와 배워주었다. 홍상준은 두분 스승의 가르침하에 굿거리장단, 양산도장단, 안땅장단, 잦은모리장단, 살풀이장단, 진양도장단, 중모리장단, 중중모리장단 등 다양한 장단을 원만하게 배워냈다.

1990년대초 한국국립국악원의 지운하 교수가 할빈에 와 조선족들을 상대로 사물놀이를 보급하게 되자 당시 고향 녕안에서 살고 있던 홍상준은 배움의 기회를 잡게 되였다. 우리 민족의 장단문화로 녕안에서도 인정받았던 홍상준은 흑룡강성 녕안현문화관의 추천으로 지운하 교수로부터 사물놀이를 배웠다. 홍상준은 그때를 회고하면서 징, 꽹과리, 장고, 북 네개의 타악기로 강렬한 울림을 자랑하는 사물놀이의 매력에 홀딱 빠졌다고 말했다.

“사물놀이는 아픔이 많고 충동적이고 감성적인 우리 민족의 정서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전률을 느꼈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후 홍상준은 음악에 흥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사물놀이를 전파했고 사물놀이를 녕안의 대표적인 문화로 정착시켰다. 또한 2006년, 목단강시에서 펼쳐진 전국타악기사물놀이대회에서 홍상준이 이끈 발해팀은 우승의 영예를 받아안았다.

2006년, 가족을 따라 청도에 진출한 홍상준은 연변 버금으로 가는 조선족집거구에 사물놀이를 아는 사람이 별반 없음을 발견하고 사물놀이문화 보급에 앞장섰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두말없이 무보수로 달려가 손품금, 전자풍금 반주를 해주었고 틈이 나는 대로 사물놀이의 묘미를 전파했다. 그는 사물놀이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연변에 가서 직접 악기를 구입하여 원가격으로 넘겨주었고 무보수로 300여명에게 사물놀이를 배워주었다.

홍상준이 이끈 사물놀이팀은 2013년 제13차 중국예술절 청도 5.4광장 분회장에 출연해 우수상을 받았고 청도에서 펼쳐진 세계원예박람회에서 9차의 공연무대를 펼쳐 우수표연상과 우수창작상을 받아안았다.

2018년, 고독한 음악인으로 외로운 고행을 하고 있던 그에게 청도 56례포(礼袍)의 강선 사장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중앙민족대학 무용학부를 졸업한 강선 사장은 무역과 전통복장 생산에서 성공한 기업인이다. 민족문화 보급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홍상준을 다년간 지켜보았던 강선 사장은 홍상준에게 음악교실을 내주고‘56북춤회’를 설립하게 해 북춤문화가 정규화 체계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줬다.

청도시 성양구 대극장 안에 자리잡은 ‘56북춤회’는 날마다 사물놀이를 배우는 학원생들로 북적이고 있으며 홍상준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물놀이 전파자로 되였다.

홍상준은 요즘 작곡에도 두각을 내밀고 있다. 그가 작곡한 노래 <정말 그립소>는 연변라지오방송국과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서 매주일가로 방송됐고 인기가요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족문화의 여백을 찾아 우리 민족의 장단과 가락으로 아름다움을 수놓아가고 있는 홍상준, <늙은 량주 대창>과 같은 흥겨운 우리의 노래를 만들고 싶어 날을 밝히고 있다는 그의 황혼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아름답다.

래원: 연변일보(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