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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정음문화칼럼162] 신시대 조선족향촌문화건설의 키워드

허명철

2021년 02월 09일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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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중앙1호문건에서는 사회주의정신문명건설을 강화하고 "문명한 향풍, 량호한 가풍, 순박한 민풍(文明乡风,良好家风,淳朴民风)"의 형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시대 조선족향촌문화를 건설함에 있어서 무엇을 핵심키워드로 선정할 것인가. 이는 우리가 국가차원의 향촌문화진흥전략에 보조를 맞춰가면서 조선족향촌문화의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자못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신시대 조선족향촌문화건설에 있어서 우선시되여야 할 키워드는 이 땅에 정착하면서 창조되고 전승되여온 자체민족의 전통문화를 꼽을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있어서 전통문화는 촌민들의 일상생활과 생산활동을 규범하고 공동체성원을 결속시키며 공동체내부사회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대체불가의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새농촌건설, 아름다운 향촌건설, 향촌진흥전략 등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정책적 환경 속에서 현대향촌문화건설에 박차를 가함에 있어서 1차적으로 집단기억을 구축하고 정체성을 각인시키며 문화자신감을 심어주는 민족전통문화를 키워드로 설정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진다. 또한 이러한 연고로 현재 조선족사회에서도 잊혀져있고 단절되여있던 민족전통문화를 발굴 정리하고 문화전승기지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특색마을건설, 그리고 다양한 급별의 무형문화재신청이 하나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민족전통문화를 키워드로 하는 조선족향촌문화건설은 민족공동체를 유지해나가고 민족정체성을 지켜간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향촌문화산업개발 차원에서 놓고 보아도 나름대로 매우 유익한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의 련결망 속에서 인구이동과 문화적응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단절이라는 곬을 메워가면서 문화적으로 페쇄가 아닌 열림을 지향해가고 있는 조선족향촌의 또 다른 모습에 비추어볼 때 현대성이라는 키워드를 설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다. 사실상 오늘날 향촌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촌민들의 일상생활은 도시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현대적이다. 부뚜막에 내려가 땔나무를 지펴서 밥을 짓고 구들을 덥히던 과거와는 달리 집집이 전기장판이나 난방보이라를 사용하고 있고 도시인들처럼 주방에 전기밥솥이나 가스레인지가 기본으로 갖춰져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현대화의 혜택으로 힘든 육체로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지어 1년에 평균 10개월은 한가한 여가생활을 보내기도 한다. 반면 일상적인 물질생활에서 현대성을 과시하고 있는 촌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심하게 느껴지는 갈증과 소망은 도시인들처럼 현대문화시설을 활용하는 문화생활이 아닌가 싶다. 촌민들의 현대적인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실효적인 경로가 바로 현대성 요소들이 반영되는 신시대 향촌문화건설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향촌문화구축에 있어서 현대성을 키워드로 선정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오늘날 조선족농촌마을의 구조변동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초기 조선족마을공동체는 대체적으로 혈연(血缘), 인연(姻缘),지연(地缘)으로 맺어진 친인척이나 이웃들로 구성되었고 절대다수 로동인구가 농사일에 종사해오면서 상대적인 안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조선족마을의 사회구조는 농사일에 종사하는 촌민들, 경작지를 양도하고 양로하는 촌민들, 간부로 임명되여 주재하고 있는 도시인, 그리고 마을의 경작지를 도급 맡고 농사짓는 외래인구, 전자상거래 등 비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아닌 농민 등 다양한 신분소유자들에 의해 구축되여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경쟁에 물들고 시장의식을 키워온 현대판 조선족농민들은 도시인 못지않게 일상생활에서 현대성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순박하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인정, 협동적이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문화라고 한다면 시장경제는 공과 사가 분명하고 인정사정 없는 랭혹한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을 련상시킨다. 농업을 하나의 경영항목으로 간주하고 토지와 농산물을 자본 또는 상품으로 여기는 농민이라면 자연히 시장경제의 룰(법칙)을 지켜야 할 것이고 이러한 룰이 점차적으로 몸에 배이게 되면서 일상에서 기존과는 다른 생활방식이나 행위방식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므로 현시대 조선족향촌문화건설에 있어서 우리는 변모해가고 있는 향촌사회구조화에 초점을 맞추어 촌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미 익숙해지고 습관화되여있는 현대성 요소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선족향촌문화건설에 있어서 홍색문화를 또 하나의 키워드로 설정해야 하는 중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는 하경지선생이 남긴 "산마다 진달래, 마을마다 기념비"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하며 또 이 문구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린 선조들로 우리는 민족적 긍지와 자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편 달리 생각해보면 마을마다 세워져있는 기념비는 우리들이 지금껏 영위해왔던 향촌문화 내면에 민속을 징표로 하는 민족문화유전자만이 아닌 홍색문화유전자도 있음을 시사해준다. 즉 이주시기와 혁명전쟁 년대를 경유해오면서 우리민족이 구축 및 전승해왔던 향촌공동체문화는 민족문화와 홍색문화라는 두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두개의 유전자가 조선족문화의 중추를 이루고 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민족적인 ‘소전통’과 국가적인 ‘대전통’을 아우르면서 우리만의 문화를 창출해낼 수 있지 않았을가 싶다. 따라서 우리는 신시대 조선족향촌문화를 건설함에 있어서 그동안 망각되여왔던 홍색문화유전자를 되살리고 이를 하나의 키워드로 설정하여 조선족향촌문화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반 조선족문화를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놓고 본다면 새농촌건설과 향촌문화진흥에 동참하고 신시대 조선족향촌문화를 건설해가려면 민족, 현대, 홍색 이 세개의 키워드를 핵심으로 기본축을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족문화를 재조명함에 있어서도 조선족공동체라는 경계를 넘어서 사회주의문화건설과 중화민족문화부흥, 나아가 인류문명공동체라는 넓은 플랫폼에서 조선족문화의 존재적 가치와 전승의 의의를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되여야 만이 현재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여있는 조선족문화도 그 빛을 발할 수 있고 인류문화재라는 높은 차원에서 전승될 수 있으며 진정으로 중화민족공동체의식구축과 인류문명에 기여할 수 도 있다고 보아진다.

래원: 인민넷-조문판(편집: 김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