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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은 새해 들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았던 예전에는 풍요로움의 상징인 달이 가장 둥글게 뜨던 음력 정월 대보름을 설날만큼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가족과 마을의 안녕을 빌고 한해 농사가 풍년이 되길 기원하는 축제가 많았다.
하지만 일상이 바빠지고있는 현시대에 가족, 이웃들과 함께 한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즐겁게 행해지던 우리 민족 고유의 세시풍속들이 많이 잊혀지지 않나해서 근심스럽다.
"아휴 시끄러워 죽겠네!" 손님이 화를 내며 음식점을 나가버린다. 24일, 대보름날 연변대학부근의 한정식전문음식점 사장님이 연변대학 동아리 "불사조"풍물패에 지신밟기를 부탁했다. 탁주 한잔에 정화수도 떠놓고 한창 꽹과리, 북을 치며 흥을 돋우고있는데 한 손님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우리 민족 전통문화를 조금이나마 되새겨 보려는 업주와 상반대되는 모습이였다.
"어떻게 이런 야박한 세상이 되여버렸을가? 조금이라도 우리 민족의 풍속을 리해하는 마음이였으면 지신밟기를 하는 우리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지는 않았을건데..."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이 잊혀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동아리 회원 박려정(27살)씨는 차마 뒤말을 잇지 못했다.
보름날 안도현에서 있은 보름맞이축제에서도 13팀중 단 2팀만이 우리 민족 농악놀이를 펼쳤다. 하지만 농부차림에 한복을 차려입은 두팀의 태반은 타민족이여서 어쩐지 옷맵시나 춤사위가 서툴러보였다.
"조선족 대부분이 외국에 나가있는데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풍속에 관심이 없다. 어쩔수없이 한족들하고 같이 준비할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고 70고령을 훌쩍 넘긴 김옥녀(74살)할머니는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 민족 세시풍속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깃들어져있다. 그걸 어찌 잊겠냐"고 말을 이어갔다.
정월 대보름날 즐기던 민속놀이도 서서히 사라져가고있다. 저녁에는 열댓명되는 친척들이 서너팀으로 나뉘여 왕콩으로 윷놀이를 하면서 "개야, 모야" 집이 떠나갈듯 탄성을 지르며 밤새는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윷놀이 대신 중국의 마작이 놀이의 주류가 되였다. 아침밥상을 물리기전부터 마작소리가 동네를 진동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쥐불놀이 대신 한족의 초롱불을 높이 내거는가 하면 이제 아이들사이에서 더위팔기는 더 찾아볼수 없게 됐다. 심지어는 농악놀이 대신 조선족복장을 입고 한족들과 어울려 부채를 흔들며 양걸춤을 추기도 한다.
이번 대보름날 목단강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윷놀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민속축제를 열었다는 소식에 잔잔한 감동을 받으면서 조선족최대집거지로서 연변은 민속문화와 전통을 이어나가가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에는 우리 민족 세시풍속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보름을 전후해 행하여졌다. 그러나 근래에는 즐겁게 행하던 이런 여러가지 세시풍속들이 많이 줄어들거나 사라져가고있는듯하다. 농경사회 옛 선조들이 맞았던 정월대보름이 "끼니걱정인데 풍속이 밥 먹여주나"식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크게 와닿지않는것은 어쩔수 없는일이라 하겠으나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들이 계속 없어지고있는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제일 좋아하던 음식을 먹고 연을 날리고 팽이를 때리며 복조리를 만들던 기억이 남아있는 정월 대보름은 언제부터인지 365일중 그냥 평범한 하루로 변해가고있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가 색바래지고있다는 증거다. 젊은 세대들이 발렌타인데이를 바라보는 시선까지는 아닐지라도 정월대보름이 갖는 그 의미는 마땅히 우리가 기려야 하지않을가. 보다 유력한 문화재정책을 통한 민족문화의 발굴과 보존계승, 민족의 정체성 확립이 요구된다(신연희기자).
래원: 연변일보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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