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14)
2016년 05월 09일 13:51【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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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 렬차에는 아직 식당차라는게 없어서 려객들은 모두 제 먹을걸 제가 마련해야 했지요.”
하고 최창동지는 재미스럽게 이야기를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장거리려행자들은 모두 반달 동안 두고 먹을 식품들—빵, 버터, 쏘세지, 오이절임 따위를 준비해야 했지요…”
석정동지도 웃으면서 양가리 한토막을 집어들고 뜯으며 말하는것이였다.
“이것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탕수육이 더 나아. 안 그렇습니까? 달콤하고 새콤하고… 그렇지요? 언제나 또 먹어보겠는지… 일본이 얼른 망해야 먹어보지…”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 불과 1년후에, 아니 1년도 채 못되여서 이듬해 5월 반“토벌”작전시에 그가 적군과 교전중 저격탄에 맞아서 전사할줄을. 우리의 석정동지는 탕수육을 먹어볼 날까지 살지 못하고 그만 영영 세상을 떠버렸다.
히틀러가 돌연 배신적인 대쏘전쟁을 발동하여 처음단계의 전쟁국세가 쏘련에 대단히 불리하게 되였을 때 멀리 태항산에서 싸우는 우리들도 몹시 속을 끓이였다. 하여 어느날 밤 소조의 회의가 끝난 뒤에 한빙동지에게 목전의 세계형세를 분석해줄것을 요청하였다. 우리 몇몇 젊은축들은 책상가에 둘러앉아 골똘해서 이 지구가 도대체 어느 길을 어떻게 걸어서 래일로 넘어가는가에 귀들을 기울였다. 책상우의 밝은 등잔불(류신이가 출장을 가지 않은 증거)은 우리들의 엄숙한 얼굴을 조용히 비추고있었다.
“지금 구라파는 초연과 먼지구름 속에 잠겨서 들리는건 고함소리와 폭발성뿐입니다.”
한빙동지는 등잔불을 잠시 지켜보고나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계속 말하는것이였다.
“하지만 전세계의 맑스주의자들은 그 초연과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뒤에 와륵더미로 화해버린 문명사회의 페허우에 여기저기 붉은기들이 나붓기는것을 내다봅니다. 다시말해서 새 사회주의나라들이 일떠설것을 내다본다는 말입니다…”
나는 강진세를 건너다보았다. 그도 나를 마주 건너다보았다. 우리는 가장 간고한 시각에 승리한 래일의 웅위하고 장려한 세계를 눈앞에 보는것만 같았다. 그것은 인적기없이 괴괴한 태항산중의 한 마을의 한 집안의 외로운 등잔불밑에서의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