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0)
2016년 12월 14일 14:44【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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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강렬한 불빛이 번쩍 하자 금시로 천지가 캄캄해 지며、자기들의 귀청이 쩌개지리만큼 무엇엔가에 몹시 두둘겨 맞는 것을 감각하였다。그리고는 한참 동안을 모두들 실신상태에 빠져버리였다。
얼마얼마만에、오래오래 지나서 제 정신이 돌아 왔을 때、그들은 눈을 부비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아까까지도 자기의 무성한 가장귀와 잎사귀로 수십 명 사람을 품어 주던 백년 묵은 비술나무가、새까맣게 타서 보기도 흉하게 되여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동판 조각으로 총탁의 대목을 감은 三八식을 안은 졸개「단」원이、타꼬부라진 간짐 정어리 모양이 되여서 죽어나자빠져 있었던 것이다。
락뢰였다。농민들의 말투로 하자면은 날벼락을 하늘이 때린 것이였다。
억수로 퍼붓는 비 가운데서도 꺼지지 않고 속으로 속으로 타 들어 가는 비술나무의 불、그리고 거기서 내뿜기는 종용한、그러면서도 완강한 내굴……그 앞에서 사람들의、특히「단」원들의 마음은 경건하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원시적인 미신의 관습에 짓눌리워서 무릎 관절이 자연히 꺾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들의 머릿 속에는「반공 자위단」의 조직에 대한 으슴푸렷하던 죄악감이 강렬하게、뚜렷하게、새삼스럽게、끌 자국 선명하게、두드러지게、불로 지지는 것 같이 아프게 새겨지였다。
속은 자기 역시 남만 못지 않게 후둘후둘 떨리면서도 겉으로만은 아무렇지도 않은 체 하려는 노력은、박승화의 등곬에서와 이마에서 고무풀 같이 끈적끈적한 삭은 땀을 자아내였다。
그는 사람들을 공황 가운데서 불러 일궈 세우려고 호령 조로 호소하였다。
「아무 것두 아니오、이건! 벼락이-어디멘 못 때려? 때릴 장소를 미리 골라서 때리는줄들 아오? 이건 하늘의 전기와 땅의 전기가 맞닿기만 허문 아무 때구 일어나는 일이오。다들 진정허시오! 떠들지 마시오!」하고 그는 그것이 아주 우연한 자연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거듭 거듭、두 팔을 벌리여 허공을 누르며 력설하였다。
해도 그것은 눈 먼 원두막 직이가 참외 도적을 잡겠다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험을 보지 못하였다。
사람들은 술도 개 고기도 다 내버리고 폭우 가운데를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고 말았다。
이튿날 저녁 때는 벌서 해란구 전역에 이「천벌」에 관한 소문이 샅샅드리 다 퍼지였다。입 가진 사람은 다 그것을 론의하였다。
「동생、들었소? 하늘이 정말 눈이 있구레!」
「쉬잇、또 뉘 귀에 들어 가리다!」
아낙네들은 이렇게 속닥거리였다。
「개 겉은 새끼들、왜눔의 등을 대구 우쭐해 날뛰더이만、흥!」
「고것 싸지! 못 된 눔들、깨소금 맛이야!」
불만은 있어도 겉에 나타나게 내여 놓고는 말 못하던、비교적 온순한 남정네들은 이렇게 비웃었다。잘코사니를 불렀다。
그리고 성정이 관、우락부락하는 젊은 축들은 이렇게 내여 놓고 흰소리 하고、호언장담하고、그리고 욕하였다。
「보지、그러기 애당최 내 뭐래? 잘 될 리 만무허다잖아! 헹、쯔쯧!」
「그 눔들의『자위단』이 바루 세워지는 나들이문、내 이 손 바닥에다 장을 지지라구 그래! 아、어느 세상에 제 족속을 팔아 먹구 끝내 잘 되는 눔이 있어?」
「왜 벼락이 그 박가 눔을 빼 놓구 때렸는지 내 암만해두 모를 일이라니? 그 친일파를!」
이 같이 비록 민심과 배리되는「반공 자위단」이였으나、그래도 결국은 무장 간섭자들의 압력과 지지 밑에、세워지고야 말았다。
그러고 보니 버드나뭇골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아랫 마을과 웃 골안이 지역적으로 분할되였다。조롱박의 허리 잘룩한 부분을 경계선으로 하고 아랫 쪽은「자위단」의 세력이、윗 쪽은 적위대의 세력이 평시에는 각각 통치하고 있게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