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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61]디아스포라 조선족아리랑의 서사와 담론

전월매

2017년 04월 17일 13:43【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아리랑은 조선민족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민족의 노래이다. 아리랑은 조선반도의 적대적 남북관계에도 동질성의 끈이 되여 “국가”의 경계를 넘어 “민족”이란 호명으로 하나로 묶어주고 해외에 거주하는 조선민족에게 민족적정체성을 확인시켜준다.

아리랑이 널리 확산되고 조선민족의 아이콘이 된것은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서 비롯되었다. 영화 예술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나운규감독은 나라 잃은 설음을 영화에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영화스토리는 간단하다. 대학을 다니다 3.1운동의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주인공 영진에게 아끼는 녀동생이 있었다. 일본경찰의 앞잡이노릇을 하는 기호가 어느날 녀동생을 겁탈하려고 하자 영진은 기호에게 낫을 휘두른다. 영진은 일본순경에게 붙잡혀 수갑을 찬채 끌려간다. 이때 주제가 “아리랑”이 흐르며 영화는 끝난다.

주인공 영진의 모습이 마치 나라를 잃고 정처 없이 헤매여 조선반도를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이주하는 수난당한 한민족과 같다고 생각한 관객들은 영화의 주제가인 “아리랑”의 흐름과 함께 영화관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의 주제가는 우리들이 익숙히 알고있는 가사이다.

1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나네

2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 우리네 살림살이 말도 많다

3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온다네 / 이 강산 삼천리에 풍년이 온다네

4 산천초목은 젊어만 가고 / 인간에 청춘은 늙어가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예전의 지역적인 민요아리랑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불러졌고 공동체적 집단의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가사에서는 “우리네 살림살이” “이 강산 삼천리”라는 국토관념, 민족이라는 더 큰 대자아로 비약하게 된다. 이는 영화안팎의 사람들을 이 강산의 일원으로 동참시켜 노래의 민족정서적공감속에서 집단적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상상의 공동체로 메아리치게 하였다.

일제는 “아리랑”이 민족의 얼이 깃들어있다고 하여 상연금지령을 내렸고 아리랑노래를 부르는것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조선인작가들을 동원하여 대동아공영을 위한 황국신민의 친일아리랑을 만들게 하였다. 대표적인것이 윤해영의 “만주아리랑”이다.

그러나 조국독립을 위해 항일투사들이 건너온 중국지역은 항일독립운동근거지가 되면서 독립운동을 고취하는 아리랑이 탄생하였다. 여기에는 “광복군아리랑”, “독립군아리랑”, “혁명아리랑” 등이 있다. “독립군아리랑”의 "일어나 싸우자 총칼을 메고 일제놈 쳐부셔 조국을 찾자/.../부모님 처자들 리별을 하고서 왜놈들 짓부숴 승리를 하자//(후렴)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 났네 독립군 아리랑 불러를 보세" 가사에는 총칼 들고 일제놈 싸워 이겨 조국을 되찾자는 항일의 의지, 저항의 의지가 굳게 표현되여있다.

민요뿐만아니라 중국지역에는 항일의식과 항전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아리랑”무대가 열렸다. 그 일례로 1938년 조선의용대가 계림에서 공연한 연극 “아리랑”, 1940년 서안을 비롯한 전선지역이 가까운 서북지역에서 순회공연한 한유한의 가극 “아리랑” 등을 들수 있다.

조선의용대의 “아리랑”은 아리랑고개를 넘어 고향을 떠나 이역을 류랑하는 조선민족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하였다. 일제강점기 늙은 농부와 소녀가 침통한 표정으로 한번 떠나면 영원히 조국으로 돌아올수 없는 아리랑고개를 넘는 장면들이 나오고 극의 결말은 죽더라도 조국의 품안에서 죽겠다고 절규하는 청년들의 굳은 의지로 끝난다.

예술가이자 독립운동가인 한유한이 창작한 가극 “아리랑”은 극정이 조선의용대의 “아리랑”에 비해 심오하다. 평화로운 조국의 품에서 살던 목동과 촌녀는 련인관계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아리랑산 정상에 일본국기가 걸리고 강산은 혈흔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늙은 부모와 리별하고 산아래서 보국을 맹세한 뒤 한국혁명군에 가담한다. 그뒤로 그들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년전 떠나온 고향에 돌아와 전투에 림한다. 그러나 적의 포화속에서 장렬히 희생되고 한국 국기는 다시 아리랑산우에서 나붓긴다.

이국에서 망국노로 살아가면서 독립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선인에게 아리랑은 저항의 상징이였다. 공연이후 공연대가 지나간 서안외곽 전쟁구역에는 아리랑노래가 류행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호응이 대단하였다 한다. 이 공연은 항전에 참전하고있는 독립군을 독려하였고 중국인들에게 조선인은 함께 일본을 상대로 싸울수 있는 항일력량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그들을 항일투쟁으로 끌어들이는 구국투쟁운동의 대외선전역할을 하였다.

해방전 동북을 비롯한 중국지역에는 항일아리랑이 있었는가 하면 일제의 수탈을 피해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살길 찾아 북간도로 이주하는 이주아리랑이 있었다. 여기에는 민요 “신아리랑”, “북간도” 등을 들수 있다. “신아리랑”의 "밭 잃고 집 잃은 동포들아 어디로 가야만 좋을가보냐 /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백두산 고개를 넘어간다 /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북간도”의 "문전옥답 다 빼앗기고 거지생활 웬 말이냐" 등 가사들은 이주시기의 어려움을 잘 반영하고있다.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는것은 일제에 삶의 뿌리가 뽑혀 고향을 떠나는것을 의미한다. 아리랑고개는 리별고개이고 원한고개이며 설음고개이다. 이주아리랑은 이산의 상징이고 민족수난의 상징이다.

그 외에도 이주력사에 관한 아리랑으로 실제사건에 의거한 리혜선의 논픽션 “두만강 충청도 아리랑”(2001)을 들수 있다. 이 저서는 1938년에 충북지역에서 180여호가 집단적으로 이주하여 정착함으로서 생겨난 마을 도문시 량수진 정암촌 사람들의 이주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들의 집단이주, 광복, 한국전쟁, 집체화와 문화대혁명 등의 시대적상황에 따른 이주민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하였다. 특히 일제의 강제이주정책으로 기인된 뜻하지 않은 고향과의 리별, 그 리별의 아픔을 삭이며 살아야 했던 애절한 삶을 그려냈다. 이는 조선족이주사의 축도로서 디아스포라 “아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랩소드 오프 C 아리랑”(일명 청주아리랑) 제작진은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현장조사를 통해 살아 숨 쉬는 소설속 인물들과 일일이 접촉하면서 세세한 감정까지 포착하여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목한 스팩타클한 공연을 2014년 서울 구로에서 선보였다.

1945년 조선반도의 광복과 1949년 중국의 해방이후 동북지역에 100만명 정도 남은 조선인들은 중국의 소수민족 일원인 중국조선족으로 살아갔다. 해방초기 조선족의 아리랑은 조선의 영향을 많이 받아오다가 중국현지에 맞는 가사와 한국의 아리랑과 중국의 아리랑선률을 혼합한 조선족특색의 아리랑을 창출하였다. 여기에는 “새아리랑2”, “장백아리랑”, “연변아리랑”, “장백송”, “장백가요” 등을 들수 있다.

“새아리랑2”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새로운 이 마을에 봄이 왔네/보슬비 내리여 땅이 녹고 흙냄새 구수하다/..../ 뻐꾹새 밭갈이 재촉한다" 가사는 중국의 건국토지개혁정책아래 분배받은 땅에 씨앗을 뿌려가는 농민의 기쁜 심정과 삶의 활력을 표현하였다. “장백의 새 아리랑”의 "장백산마루에 둥실 해 뜨니 푸르른 림해는 / 록파만경 자랑하며 설레이누나/ 칠색단을 곱게 펼친 천지의 폭포수는/ 이 나라 강산을 아름답게 치장하네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리아리스리스리 아라리가 났네/..../ 아리아리아리스리스리 아라리가 났네 장백산은 우리의 자랑일세" 가사는 백두산과 장백폭포를 통해 조국 산하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였다. 여기에서 아리랑은 기쁨의 아리랑이고 행복의 아리랑이다.

연변가무단은 아리랑을 주제로 가극, 무극을 창작하였다. 1989년에 창작된 대형가극 “아리랑”은 민간에 류전되고있는 “아리랑설”을 기초로 하여 발전시킨것이다. 2016년의 대형무극 “아리랑꽃”은 근 3년간의 시간을 들여 창작하였는데 중국조선족무용가를 창작원형으로 하였다. 꽃의 고유한 속성인 향기에 립각하여 서막 “향기속으로”, 1막 “파란 향기”, 2막 “빨간 향기”, 3막 “하얀 향기”, 4막 “노란 향기”, 종막 “천년 향기” 등 6개 부분으로 나뉘여 립체감을 살리는 현대적이고 몽환적인 조명, 전통악기와 관현악을 결부한 음악과 판소리, 다채로운 무용형식을 아울러 화려한 그림으로 펼쳤다. 플래시백(倒叙)형식으로 예술을 추구하는 한 중국조선족무용가의 인생을 다루었다. 극은 무용가 순희의 해방전부터 지금까지의 파란만장한 예술인생과 피타는 노력으로 우수한 예술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중화대가정속에서 중국조선족의 불요불굴의 정신과 민족의 전통문화를 집중적으로 나타냈고 이를 통해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길림성 여러 민족 군중들의 정신면모와 번영발전하고 조화롭게 진보하는 변강의 국면을 표현했다. 제5회 전국소수민족문예공연에서 출중한 표현으로 폭발적인기를 누렸으며 조선족의 열의 높은 매일투표와 함께 고득점으로 금상을 수상하였다.

이상 디아스포라로서의 조선족아리랑은 이주력사를 반영하는 아리랑, 독립운동을 고취하는 아리랑, 내 고향과 내 조국을 찬양하는 아리랑으로 나눠보았다. 이는 조선민족의 근현대력사와 함께 중국 지역의 현실성이 결부된 조선족 특유의 아리랑이다. 조선족아리랑은 조선족의 운명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온 노래이다. 거기에는 이주할수 밖에 없는 한이 서려있고 침략자에 대한 저항이 표현되여있으며 새로운 삶에 대한 신명이 체현되여있다.

조선반도 남북의 삼각점에 있는 중국조선족은 어제도 아리랑을 불렀고 오늘도 부르고있으며 내일도 부를것이다. 그리고 계속하여 아리랑고개를 넘을것이다. 현재 조선반도의 정세에 긴장이 감도는 갈등의 현대판 아리랑고개, 그 해법을 아리랑으로 풀었으면 한다.

아리랑은 조선민족의 유전자 압축파일 같은 존재이다. 현재 50여종의 갈래에 8천여수로 세계로 널리 퍼져있는 아리랑에는 민족정서인 한과 대동정신의 신명과 같은 감성, 하나가 되는 어울림정신이 있다. 민족모순, 국가모순 등을 녹일수 있는 창조적힘과 가치가 내재되여있다. 한국 아리랑을 대표하는 한류의 세계적열풍,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조선의 아리랑대집단체조, 그리고 세계스포츠대회에서 여러차례 남북의 스포츠단일팀의 국가나 응원가로 된 아리랑은 민족과 세계 통합적 이데올로기로서 남북의 화합과 세계 화합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있다.

예술을 넘어서서 아리랑을 부르며 손에 손잡고 마음을 터놓을수 있는 대동과 상생의 한마당, 조선반도 남북이 그리고 세계가 아리랑정신으로 통섭의 장, 세계평화의 장을 열어가는 그날을 바란다.

전월매 략력

소속: 천진사범대학교 한국어학과 부교수

학력: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학박사

저서 《재중조선인 시에 나타난 만주 인식》(역락, 2014), 《한국문학 연구와 교육의 현장》(학술정보, 2016)를 비롯하여 "윤동주와 심연수의 시에 나타난 만주 인식 고찰", "'민족협화'의 허상과 백석의 만주행", "타자와 경계: 한국영화에 재현된 조선족 담론", "중국부상에 따른 세계경제국제질서 재편론 담론-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중심으로" 등 국내외 학술지 30여편의 발표론문이 있음.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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