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7)
2016년 12월 09일 10:52【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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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一 돌발사건
하관도구에서 열리는 비밀한 당원 열성자 회의에 참가할 목적으로 길을 떠난 해란구 구위원회의 배상명과 양문걸은、국자가 하남 일본 수비대 앞을 지나게 되였다。
땅검의 진 때라 늦은 여름의 남풍은 제법 시원하여 그들의 걸음은 저절로 가벼워지였다。
「수비대 앞을 지날 땐、앞만 꼳꼳이 보구 걸어야우。그 눔들 고개만 까딱 잘못 돌려두 막탕 불러 세우구 때리니까。」소심한 양문걸이가 미리부터 동반자에게 주의를 주었다。「전일두 소환자 사는 늙은이 하나가 국자가 나무 팔러 나왔다 걸려서 몹시 얻어맞아 귀청이 다 떨어졌답데。」
「나두 들었소。」내키우지 않는 드키 배상명이가 대답하였다。그는 머릿 속으로 분주히 회의에서 할 자기의 발언 제강을 짷고 있었다。
한 쪽은 붉으스럼 하고 한 쪽은 거먹거먹 하게 그늘 진 수비대의 모 진 망루가 바로 길 가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긴장하여 어깨를 서로 맞대다 싶이 하며 그 앞을 지나 갔다。
한데 공교롭게도 알이 안 될 때라서 그랬던지 조마조마 하게 마음을 조리는 양문걸이의 짚신 신은 발 바닥이、지나 다니는 소의 발 바닥에서 빠져 떨어져 흙 속에 반쯤 묻힌 징의 뾰죽한 끝을 콱 드디였다。
그래 그는 자기로서도 미처 어쩔 사이 없이 그만 소리를 질러버리였다。
「아얏!」
「고라! 라이、라이、라이!」양문걸이가 지른「아얏!」을 자기를 놀리는 소리로 나쁘게 해석한 수비병 녀석이、일본 말과 중국 말을 뒤섞은 말로 이미 지나 간 사람을 불러 세웠다。
두 사람은 가슴이 덜컹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 보았다。
행동하지 않는(오란데 오지 않는)두 사람에게 화를 낸 수비병 녀석이 손짓하며 더럭 고함을 질렀다。
「라이、또 이우노니(오라、구 허는데)?!」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양문걸이는 그 쇠끝 밟은 쪽의 발을 절며、배상명이는 불유쾌하여서 얼굴을 찡그리며-돌따서 걸어 왔다。-수비병에게서 세 발자국 떨어진데서 발을 멈추었다。
총을 왼 손에다 넘기여 잡고、비운 바른 손의 손목 만을 움직이여 제 앞으로 더 가까이 올 것을 이등병(그 자의 견장에는 별이 하나 바께 없었다)이 두 사람에게 명령하였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그게 마치 서너 길 되는 낭떠러지 끝이기나 한 것 처럼 마음 내키지 않아 하며-두 사람은 내여 드디였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등병은 또 손짓 하였다。
그렇게 하기 세 번 만에야 겨우 두 사람은 수비병의 손이 와 닿을 수 있는 거리에까지 접근하였다。
배상명이는 다음 순간、이등병의 방망이 같은 주먹이 자기 옆에 서 있는 사람의 뺨에 와 부딛는 무거운 소리를 들었다。그것은 망루의 벽돌 벽에까지 날아 가 먼 떡메질 소리 같은 반향을 일으키였다。
이어서 또 한 번、그리고 또 한 번、또、또……란타가 계속되였다。
양문걸이는 두 손으로 제 귀를 보호하며 비척비척 하였다。그의 코에서 터쳐 놓은 봇물 처럼 콸콸 쏟아져 내리는 시꺼먼 피……
그것을 본 배상명이의 심장은 납물을 끓이는 도가니로 변하였다。그의 머릿 속에서는 리성이 단 쇠두벙 위에 떨어진 기름 방울 모양으로 시익! 소리와 함께 순간에 연기가 되여 사라져버리였다。
그는 결심을 채택할 사이도 없었다。왜냐면 그의 절구 공이 같은 주먹이 먼저 달려 나가 이등병의 들창 코、그 코 허리의 연한 삭은 뼈를 으스러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우악!」비명을 지르며 불의의 습격을 받은 이등병 녀석은、손 바닥으로 불이 난것 같은 제 상판대기를 가리였다。그 손 가락 사이로 피의 줄기가 내려 드리웠다。
이왕 저질러 놓은 일을 중도에서 멎출 수는 없다。살모사는 설 때려 죽이면 도루 달려 들어 무는 법이다。그래 배상명이는 발을 들어 이번에는 그 자의 아랫 배를 있는 힘껏 내여 질렀다。
총을 놓아버리며 그 자가 두 손으로 배를 끌어 안았다。그러면서도 돼지 멱 때는 소리를 질러 사람을 불렀다。
얼덜결에 배상명이는 얼른、대담스럽게도 얼른 그 자가 놓져버린 총을 땅 바닥에서 집어 들렀다。
그러자 망루 아래 병사(병영)에서 회차리 모양으로 길고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났다。
「호록、호록、호로로로록!」
「뜁시다! 양 동무、날 따루!」소리 치며 배상명이는 총을 들고 앞 서서 모아산 쪽으로 내달았다。
코피를 뚝뚝 떨구며、한 발을 절며 그 뒤를 양문걸이가 따랐다。
너댓 명의 일병이 어떤 것은 총을 들고、어떤 것은 맨 머리 맨 적삼바람으로 몰리여 나와서는 뒤따라 오며 제각기 고함을 질렀다。
「마데엣!」
「도마레엣!」
배상명이의 귓 가에서는 바람이 시윗 소리를 내였다。길 량 켠에 끝 없이 늘어선、길이 훨씬 넘는 수숫대의 기치창검이 현기증 나게 가까이 다가 와서는 뒤로 물러 가고 가까이 달려 들어서는 뒤로 흘러 가고 하였다。숨이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찼다。
뒤에서 총질을 시작하였다。철안이 수수 밭을 꿰고 지나 가면서 대를 꺾고 잎을 흔들어 까투리 날아 오르는 소리를 내였다。
고집스럽게 손에 든 총을 버리려 하지 않는(이라느니 보다는 그것을 버리면 자기 몸이 가벼워 진다는 것을 생각하여 낼 여유가 없는)배상명이를、그 보다 일곱 근(총 한자루 무게)씩 가벼운 맨 적삼바람의 일병 둘이 거의거의 따라 잡게 되였다。
이 때、추격자들의 여느 한 패는 꼳꼳이 내 뛸 힘이 없어서 길을 벗어난 양문걸이를 찾아서 수수밭 속으로 뛰여 들어 갔다。
배상명이는 제 등 뒤에 아주 가까운 발자국 소리와 씨걱거리는 숨 소리까지를 듣게 되였다。공포의 거미가 털게 만치나 큰、가시 돋힌 발로 그의 뒷 머리를 움켜 쥐였다。
하나 불행은 결코 뒤로부터만 그를 따라 오지 않았다。뜻하지도 않은 또 하나의 방해자가 그의 길 앞을 가로질으려 하였다。
-철로 부설 공사에 동원된-침목과 쎄멘트를 만재한 차량을 수십 대나 련결한-화물 렬차가、서에서 동으로 뻗은、가주 깐 궤도 위를 막 달려 내려 오고 있었다。
배상명이는 단념의 눈을 감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다 틀리구 마누나!」하는 생각이 펀득 짧은 번개가 되여 그의 머릿속을 지나 갔다。하나 다음 순간、「에에라、기왕 죽을 바에야!」하는 반발 의식이 그의 무거운 다리에다 탄력을 되살려 주었다。
그래 그는 죽엄을 각오하고 뜨끈뜨끈한 기관차가 지척에 와 닥드린 철로 길을 단숨에 뛰여 넘었다。-그는 옷자락도 걸키우지 않고 철로의 저 쪽 둑을 총을 안은 채 구을러 내려 갔다。
이리하여 길고 긴 화물 렬차가 다 지나 간 다음에야 비로소 철로 길을 넘어 설 수 있었던 일병들은、자기들의 애써 따라 온 목적물을 잃어버리게 되였다。
그리고 한 편、무성한 수수밭과 스미여 드는 어둠은 쫓기우는 사람의 편을 들어 그를 적의 손에서 안전히 보호하여 주었다。그를 도와 그의 도주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나 기진맥진한 양문걸이는 수수밭 속에서 붓들리였다。그는 붓들리우는 즉석에 적의 총탁과 구둣발길에 초벌 죽엄을 당하였다。
아주 늘어진 그를 일병들은 망루까지 지일지일 끌고 갔다。
나종에 빈 손 들고 돌아 온、배상명이를 놓지고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민 자들에 의하여 양문걸이는 또 한바탕 얻어 맞았다。그리고 또 그 다음에는 총을 빼앗기여 영 창에 들어 가게 된、코가 주먹덩이 만치 부어 오른 이등병에 의하여 인사불성이 되도록 얻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