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7)
2016년 12월 09일 10:52【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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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에야 양문걸이는 겨우 제 정신이 들었다。
그는 누은채 고개를 돌리여 사방을 둘러 보았다。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기가 창살 있는 어둑스그레한 방의 딱딱한 쎄멘트 바닥에、헌 쥣빛의 핏 자국 얼룩얼룩한 담뇨를 깔고 누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조금 더 연구하여 가지고야 그 핏 자국이 자기 자신의 꿰여진 살가죽에서 흘러 나와 말라버린 것임을 알았다。
창살 박힌 높은 류리창 밖을 가죽 장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아、자기가 들어 있는 감방이 지하실이라는 것도 그는 얼마 아니 하여 알게 되였다。
전신의 뼈의 마디마디가 저려나고、사개가 물러난 것 같이 아파나서 그는、옆으로 돌아 눕고 싶은 자기의 욕망에 애달아 하면서도 부득이 그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나종에 안 일이지만、그는 밤 사이에 수비대에서 국자가 령사관 경찰서로 화물 싣는 마차에 실리여 이송되여 온 것이였다。
양문걸이는 목이 타서 견딜 수 없었다。고도의 열이 그를 괴롭히였던 것이다。빈 입을 그는 쩍쩍 다시였다。넘어 가지 않는 침을 목구멍에 걸린 고기 가시 처럼 가진 노력을 다 하여 넘기였다。
변덕 많은 가을 하늘 처럼 그의 의식은 금시 개였나 하면 또 흐리고、흐렸는가 하면 이내 또 개였다。혼수상태에 빠지면 제 목소리 같지도 않은、오랜 세월 해소병을 앓은 늙은이의 그것 같은 목소리로 그는 헛소리를 하였다。
「난 이전 더 못 뛰겠어! 난 이전 더 못 뛰겠어!」
령사관 경찰서 강 부장은 양문걸이를 정치「범」으로 단정하고、그의 심문은 자기가 친히 하리라 결심하였다。
그래 그는 먼저 경찰서 촉탁의 더러 가서 양문걸이의 상처를 치료하여 주라고 지시하고、식물도 일반 구류자의 것이 아닌 것을 공급하도록 식당 관리인에게 명령하였다。
이러한 관계로 양문걸이가 강 가와 얼굴을 맞대게 된 것은、령사관 경찰서에 그가 이송되여 와서 한 주일 만이였다。
강 가는 양문걸이를 지상 건물의 동남 쪽 한 귀퉁이를 차지한 자기의 볕 잘 드는 사무실로 불러 올리였다。
그 사람은 자기의 후둘후둘 떨리는 다리를 쉬여가며 쉬여가며 그리 높지도 않은 층계를 근 오 분 착실히 걸려서 올라 갔다。
문이 열리자 강 가는 웃으며 자기의 회전의자에서 일어나 아는체를 하였다。그리고 사무탁 곁에 놓인 의자를 손수 들어다 양문걸이에게 권하며 문안하였다。
「어드렇소、이전 견딜만 허우? 큰일 날 번 했어、그래두 일찍이 손을 썼기 천행이지……담배、한 대 피워보려우?」
양문걸이는 말 없이 손을 들어 그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그래、아직은 자극성 있는 걸 좀 피허는 것두 괜찮아。」성냥을 그어 담배를 붙이여 물며 강 가가 혼자 주고 받았다。그리고는 성냥의 불을 흔들어 끄고 길게 담배 연기를 내여 뿜고 나서、이번에는 웃음 섞인 어조로 양문걸이를 똑 바로 건너다 보며 말하였다。「사실 말이지 난 여적、공산당 간부들이 수비대 보초를 습격해서 무기를 탈취허리 만치 대담헌 줄은 모르구 있었소。이 건 정말 의외요。당신네들에 대헌 인식을 난 근본으루 고쳐 했소、이번 일을 통해서……」
양문걸이의 머리 속에서는 무형의 지남침이 분주히 방향을 잡으려고 활동하였다--우리의 정체를 이 자가 정말 알고 이러는가? 그렇잖으면 등을 쳐 보려는 수작인가? 배 동무는 무사히 벗어 났는가? 그렇잖으면 그도 역시 잡히였는가?……
하나 결국에는 아주 딱 잘라 떼기로 그는 결심하였다。그래 그는 딴 청을 이 같이 들었다。
「전 나으리、아무 죄두 지은 일이 없습니다。수비대 앞을 지나다가 쇠끝을 밟아서 아프기에 소릴 지른 것 바께 아무 것두 없습니다。죄 없는 백성을 이렇게 때리구 잡아 가두구 허는 법이 어느 천하에 있겠습니까? 도무지 무슨 일인질 전、모르겠는데요。어서 제발 나으리、절 내 놔 주시우。집에서들 란리가 났겠습니다……」
「이건 숭을 써보려는 건가? 하하하!……」한 번 크게 웃어 보이고 나서 강 가는、「아아니、가치 뛰다가 먼저 붓들린 친구가 매 한 대 얻어 맞잖구 솔곳이 다 불어 바친 걸、그래 뭘 어째 보겠느라구 이제 와서 잘라 뗄 작정을 해? 아하하하!…… 희극이루군、희극이야!」
그 소리에 멍청해 지며(물론 지어서 그러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좀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여)양문걸이는 그래도 자기의 신심 없는 연극을 계속하였다。
「그 사람이 불긴 대체 뭘 불었답니까?」
상대자가 나근나근하지 않을 것을 본 강 가는、제 사무탁 앞으로 다가 가서 그 위에 놓여 있는 서류에다 손을 얹으며 정색을 하고 엄하게 따지 듯 되물었다。
「이 조서에 씌여 있는 걸 한 번 뵈여 줄까? 그래야 끽 소리 못허구 다 자백 헐텐가? 아마 그 친구가 그렇게 믿어운 동지는 못 될 걸…… 흐응、잘두 믿었어! 어디 눈 익은 글씨를 한 번 뵈여 줄까? 그 친구가 제 손으루 서명헌 걸 뵈여 줄까? 그래야 속이 시원허겠지? 요구헌다문 검 뵈여 주지……」
강 가는 정말로 그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 바람에 양문걸이는 여적까지의 신념의 토대가 자기 가슴 속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을 자각하였다。정말인가? 하고 반신반의의 뱀이 고개를 치여 들었다。
「허지만 이 걸 보구나서 헐 수 없이 자백을 허문 그 땐 죄가 훨씬 중해 지는걸! 어떻걸까、그래두 좋은가?-시간 여유를 줄테니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는 게 어때?」그 서류를-양문걸이로서는 거기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 수 없는 서류를-마치 근을 떠보기나 하려는 듯이 손 바닥에다 올려 놓고 떠바쳐 보며、강 가가 건의 하였다。「자동으루 자백만 허문 특사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아얀단 말이야……그 대신、증거물을 코 밑에 들여 대거나 혹은 아픈 맛을 보구 나서 부는 건、대개 짐작허지、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질?-총명헌 사람은 우둔헌 고집을 부리잖는 법이라니……안 그래?」
강 가는 그 서류를 든채 뒷짐을 지고 뚜벅뚜벅 실내를 거닐었다。그의 말끔하게 닦은 반들반들한 구두는 류리창으로 비쳐 들어 오는 유쾌한 태양의 광선을 매끄럽게 반사하였다。
방 안에서는 벽에 걸린 시계의 똑딱거리는 은장 방에서 쓰는 작은 망치 소리와、강 가의 구두가 마루 바닥에다 내는 구두 방에서 신골을 박을 때 쓰는 조금 큰 망치 소리가、한참 동안 질서 있게 서로 교착되였다。그리고 이따금씩 담 밖에서 외치는 먼「무쇠 파시오오!」소리가 그 단조로움을 한결 더 하여 주었다。
양문걸이는 강 가가(그 때까지는 그 게 강 가인지 산 가인지 알지도 못하였지만)자기의 죄의 경중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돌리는 것을 보아、관심하는 체 하는 것을 보아、그것이 순전한 모략임을 간파하였다。
그래 자신을 다시 가지며、용기를 내여 해온 연극을 계속 하였다。
「전、나으리、그레 무슨 말씀인질 도제 못 알아 듣겠습니다。」하고 그는 지어서 애걸하였다。「놀리지 말구 어서 놓아 보내 주시우。」
「정 그렇게 못난이 짓을 헐 작정이야?」딱딱해 지며 강 가가 독살스러운 눈으로 생사의 운명이 제 손아귀에 틀어 쥐여 있는 사람을 노려 보았다。
하면서도 그의 머릿 속에는 피끗、「이게 정말 아무 것두 아닌 머저리 아니야? 공연히 공산당의『공』자두 모르는 걸 잡아다 놓구 이러는 건 아닐까?」하는 의혹이 구름 피였다。
「정말 모르겠습니다。전 나으리……」자기의 제 륙감으로 상대자의 심리상의 순간적 동요를 낌새 챈 양문걸이는、그 기회를 놓지지 않으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하였다。호소하였다。「집에서들 다 굶어 죽겠습니다。나으리……」
자기 손에 들고 있는 서류가 무슨 범인이 서명한 조서인 것이 아니라、서장이 서명을 한 지령이였길래 이상 더 어쩔 도리가 없어진 강 가는、심문을 중단하고 천천히 두고 연구하여 볼 것을 결심하였다。
그래 제 부하의 순사를 부르기 전에 군소리를 한 마디 덧붙이였다。
「공연히 이러지 말아、내가 허는 건 다 자길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좋아、검、시간 여율 줄테니 좀 더 두구 생각해 봐!」
그리고는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열고 불렀다。
「누가 없어? 이거 데려 내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