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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2)

2016년 12월 16일 14:41【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최원갑이는 거치장스러운 권총을 물이 줄줄 흐르는채 떼여 내서 땅 바닥에 던지였다。그리고는 여전히 가망 없는 저항을 계속하는 련하를 한 손으로 잡아 누르고、남은 한 손으로 젖어서 몸에 찰싹 달라 붙은 제 바지의 고의춤을 거의 다 찢다 싶이 하며 끌렀다。

운명의 신은 정말로 련하를 밀어버리고 돌보지 않으려는가?

돈이 아까워서 약 두 첩을 겨우 지여 가지고、극히 유쾌하지 못한 심정으로、그러면서도 행여나 하고 요행을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행석이 김 유사는、터덜터덜 먼지 많은 오후의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 오고 있었다。

버드나뭇골이 머지 않았을 때、그래도 혹시 련하가 어디서 자기를 기다려 주지나 않나 하여(치정이 그를 어리석기 그지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둘레둘레 사방을 둘러 보며、높은데 낮은데를 분간 없이 마구 드디며、걷고 있는 그의 발길에 무엇인가 툭 채이는 것이 있었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내려다 보니、그것은-자루였다。

속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모르되 긴 자루의 아가리가 매인채 길 바닥에 나둥글어져 있는 그것은、딴 천을 대고 기운 품을 보아 틀림 없는 련하의、아까 국자가 약국에서 본 기억 있는 련하의 자루였다。틀림이 없었다!

행석이는 오십이 넘은 늙은이 다웁지 않게 날랜 동작으로 얼른 그 자루를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련하에게 발생하였을 일을 막연히 추측하고、불길한 예감에 소스라쳐 놀라며 방향도 없이 막탕 내닫기 시작하였다。

행석이 김 유사는 강 둑 위에 떨어져 있는 적삼을 발견하고 부리나케 달려 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해도 기대에 어그러지게 그것은 날씬한 련하의 조꼬만 적삼이 아니라、어디서 난 남자의 땀에 쩌든 더러운、개 가죽 같은 커단 적삼이였다。

화가 나서 늙은이는 그것을 강 물에 집어 처넣었다。그리고 또 다시 그는 강 둑을 타고 내려 닫기 시작하였다。

최원갑이가 한 손으로 제 바지의 고의춤을 끄르려고 애를 쓰는 것과、행석이가 그것을 발견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눈이 뒤집힌 늙은이는 목에 시퍼런히 핏대를 세우며、산도 무너져 나갈 그런 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개 겉은 눔! 최 가야아!」

청천벽력 같은 그 소리에 질겁을 한 최원갑이는、데꺽 바지춤을 도루 걷어 올려서 한 손으로 움켜 쥐고、남은 한 손으로 땅 바닥에 떼 놓았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적삼도 없이 웃통을 시뻘거니 벗은 채 뺑소니를 치였다。-도적은 역시 제 발이 저리였다!

뜻하지 않은 구원을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받은 련하는、자기의 태도를 어떻게 표시해야 할지를、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행석이는 아무 말 않고 제 손에 들려 있는 소금 자루를 내여 밀었다。그리고 련하가 젖은 솜 같이 맥 없는 두 손을 들어 그것을 받는 것을 보고는、만족하여 그리고 또 락심하여、고개를 흔들며 돌아 서서 떼여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옮기였다。

자기 아버지에게서 소식을 들은 달삼이는 곧 달려 가 그것을 영수에게 알리였다。

울며 뛰여 내려 온 영옥이와 울지는 않으나 역시 뛰여서 마중을 내려 온 사람들에게 부축되여、다리를 끄을다 싶이 하며 집으로 돌아 온 기진맥진한 련하는、자리에 들어 눕자 그만 고개도 쳐들지 못하였다。말도 하지 못하였다。눈도 뜨지 못하였다。

이날 밤、련하는 자리에다 숱한 피를、죽어서 시꺼멓게 된 핏덩어리를 쏟았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장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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