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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4)

2016년 12월 20일 13:39【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四九 한제

호 가의 네 귀퉁이에 포루 있는 높은 토담으로 둘리운 집에는、그 숱하던 개가 다 없어지고 새로 구해다 놓은 그리 부랑스럽지 못한 호개가 서너 마리 있을 뿐이였다。해도 사병(약담배장이)은 여전히 여섯 명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자정 전후하여 등충이 인솔하의 백여 명 록림호걸들은 대평 부락에 들어 섰다。물론 장극민의 두리에 뭉쳐진 장검이들도 그 가운데는 있었다。

도처에서 경황한 개들이、목이 쉬게 짖어대는 것으로 써 그들을 맞이하였다。

반이 채 다 못 차는、메물로 쑨 풀 처럼 흐리멍덩한 달이 남으로 흘러 가는 시꺼먼 구름 장의 해여져 판이 난 틈사이로 어떻거다 한 번 굽어 보고는 그만 놀라서 숨어버리고 다시는 내려다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습래자들이 정방형의 거먹거먹한 토담을 반쯤 포위하였을 때、남 쪽 귀퉁이의 포루 위에서 불이 번쩍 하였다。이어서 속이 군 것 같은 총성이 밤의 어두운 공기를 흔들었다。

해도 그것은 포위자들의 예정 계획을 방해하지는 못하였다。

「타마아디이!」입 속으로 욕하며 등충이는 여적껏 차고만 다니던 허리의 목갑에서 단포를 뽑아 들었다。

장극민은 제 손의 권총의 안전장치를 엄지 손가락으로 밀었다。그리고 장검이는 팔굽으로 곁에서 긴장하여 침을 딸꼭 소리 내여 삼키는、처음 싸움 마당에 서는、농림동서 파견되여 온 적위대 청년의 옆구리를 쿡 질렀다。

뜰악 안에서 개들이 자신 없는 듯이、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꼬리를 끼고 구석으로 뒷걸음 질을 치면서 짖는 것만 같은 그런 소리를 짖어대였다。

「퉁!」「펑!」「투둥!」「퍼덩!」련이어 포루 위에서는 목청이 제마끔씩인 총 소리가 났다。

장검이는 어두운 데서 총을 들고 목을 약간 움추러떠리며 「씨익」하고 혼자 웃었다。「겁 많은 개가 먼저 짖는다더니 정말이루구나!」생각한 것이였다。그리고 또、「짖는 개는 물지를 못헌다지?」

포위가 형성되였다。

등충이가 낮게、짧게 제 곁에 서 있는 소두목에게 명령하였다。

「한화!」

그 사람은 목청을 다듬어 가지고 길게 불렀다。

「싱 후디이(호 가야아)! 니팅줘(들어라!)」

포루 위에서는 사격을 멈추고、총 소리도 귀를 기울이는가? 종용히、기대에 차서 들었다。

「네가 점잖게 대문을 열구 맞아 들이문 우리두 점잖게 너를 대우헐테니! 허지만 만약에 엇나갈 생각을 네가 조금이라두 헌다문、그럼 이 밤이 새기 전에 네 집안은 도륙을 당헐줄 미리 알아라!」

쇳 소리 나는 소두목의 목청에서 차례차례로 튀여 나오는 경고와 위협은、그리고 몸서리 치우게 잔인한 무엇을 그 뒤에다 감춘 것 같은 암시는、포루 위의 사병들과 집안의 식구들을 공황의 밑 없는 구렁 속에 떨궈 넣는다。

「그리구 포루 위의 형제들! 자네들에겐 귀에다 들려 주느니 보단 눈으루 보게 해 주는 게 더 효과가 있음직허이、그러니 자、다들……」

이래 놓고 나서 소두목은 제 곁에 서 있는 곡호수에게 명령하였다。

「췌이(불어)!」

언하에 곡호수는 이상 야릇한、마치 상여 내갈 제 부는 새납 곡조 같은 그런 곡조로 길게 꼬불꼬불하게 라팔을 불어대였다。

그러자 별안간 어둠 속에서 여기 하나 저기 하나、이 쪽에 또 저 쪽에 불들이 켜지였다。그것은 사전에 미리 준비한、솜 뭉치에다 석유를 먹여 만든 홰에다 불을 달인 것이였다。

높이 쳐들린 십여 개의 횃불은 우룩우룩 타며 수 없이 많아 보이는 무장한 포위자들을 무시무시하게 비추었다。

그러자 아까와는 다른 곡조의 라팔 소리가 또 났다。

그것을 신호로 일시에 불들이 꺼지였다。-그리고는 다시 또 아까 대로의 어둠……

소두목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끊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다들 봤지? 봤으문 짐작헐테니、나 허라는 대루만 이전 해!」

총 소리가 다시는 나지 않는 것을 보니 포루 위에서는 복종을 즉、항복을 결의하였는가?

「총과 탄대를、잘들 들어! 그냥 내려 던지문 부러지거나 흩어지거나 헐테니、각반을 풀어서 이어 가지구 그 끝에 매여 달아 살살 내려 보내!」

한참 쌍방이 다 아뭇 소리 없이 되여지는 일을、밥 솥에 넣고 찌는 옥수수가 익어질 때를 기다리 듯 그렇게 기다리였다。

얼마만에 포루 위에서 포위 당한 사람 전체의 의사를 대표하기나 한 것 처럼 항복의 조건을 제출하였다(느니 보다는 탄원하였다)。

「총은-내려 보낼테니、우리 목숨은-」

「그건 걱정 말아!」전승자의 존엄을 가지고 소두목이 쾌히 응낙하였다。

「털끝 하나 안 건드릴테니!」

그것은 마치 불상한 사람에게 빨락빨락 소리가 나는、은행에서 금시 나온 십 원 지페 한 장을 선뜻 꺼내여 쥐여 주는、쾌남아의 빨갛고 물기 있는 입술에서 튀여 나오는 말 소리 같았다。그렇게 도도하고 또 그렇게 너그러웠다。

무장 해제에 이어서 승리한 소두목은「개성(성문을 열어 정복자를 맞이하는)령」을 발포하였다。

「열어라、대문을! 그리구 집안에단 방 마다 불을 켜라!」

삐이걱 검정 대문이 안으로 열리였다。

그 소리는 마치 쩌서 다시 구어 놓은 호떡 모양으로 물기 걷운 호 가의 심장이、타서 갈라지면서 내기나 하는 것 같았다。

마당에 들어 서면서 소두목이 또 호령하였다。

「집안 사람들은 모두 다 한 방에 모여라!」

그리고는 풀이 죽어서 머리를 숙이고 덜덜 떨며 남녀 로소 이십여 명이 안방으로 모여 들기를 기다리여、그 방 문 앞에다 파수를 세워 놓고는、재차의 명령을 자기 부하들에게 내리였다。

「둘쳐라!」

가지가지의 해 놓고 입어 보지도 않은 비단 옷이、눈부시게 닦아 놓은 은그릇이、꽃신과 색실이、지전과 은전이、흰 쌀과 노란 좁쌀이、그리고 콩과 밀가루가-시꺼먼 손톱을 길게 자래운 무수한 손들에 의하여 둘쳐내 지였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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