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4)
2016년 12월 20일 13:39【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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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처럼 밝게 횃불을 잡힌 마당 한복판에 그것들은 무데기무데기로 나뉘여서 가려 지였다。
소가 끌리여 나오고 말、당나귀가 끌리여 나오고、그리고 돼지가 목줄띠에 금시 칼이 들어 가기나 하는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몰리여 나왔다。거꾸로 들린 닭들은 안타까워서 깃으로 부채질 하며 몸부림 쳐서 무수한 털을 땅 위에 허뜨려 놓았다。
소두목 하나가 검정 자지에다 대우를 낸、조각한 화류목 손궤를 호 가의 침실에서 들어 내여 자기네 두령인 등충이에게 가져다 바치였다。
아첨 비슷하게 웃으며 설명하였다。
「약、따거、약이 들어 있습니다。열어 보시우。」
곁에서 장극민은 등충이가 여는 그 손궤를 붉은 횃불 빛에 들여다 보았다。
두 칸으로 나뉘여진 그 손궤 안에는 검정이(아편)가 한 칸 그득히 들어 있었다。
소두목이 자기의、저 혼자는 풀 수 없는 의문을、널리 의견을 청취하기나 하려는 듯이 등충이와 장극민 두 사람 사이에 내여 놓았다。
「근데 이 쪽 칸에 들어 있는 봉지 안의 은빛 나는 약은 그게 무엇허는 겁니까? 그것 겉진 않은데……」
여기서 그가 가리키여 그것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이 해로인인 것이다。
등충이는 오랜 경험을 쌓아 로련하여진、침착한 태도로 한참 그 약봉지를 만지작거리고 맡아 보고 하더니、약간 놀란 듯이 눈을 들어 장극민을 바라 보며、자기 자신에게나 묻 듯이 이렇게 중얼거리였다。
「이건-비상이야! 헌데 뭘 하려구 그 자가 이런 걸?」
「비、상?」
낮게 이렇게 외치는 장극민의 머릿 속을 순간、번개 같이 날쌔게、날카롭게 무엇인가가 꿰뚫고 지나 갔다。그러자 그의 보이지 않는 눈 앞에는 언젠가 김시옥이에게서 회보 받은 일 있는、대평 부락 농협의 조직 위원과 그의 일가가 참혹히 독살 당한 그 장면이 되살아나 떠 올랐다。
장극민은 그 약봉지를 후닥닥 등충이의 손에서 빼앗아 들고 집안으로、안방에 가쳐 있는 호 가를 찾아서 뛰여 들어 갔다。
그는 파수 보는 디슝이 열어 줄 때를 기다리지 않고 제 손으로 방 문을 잡아 저끼였다。그리고는 들어 서는 마다에 호 가의 멱살을 틀어 잡고 불 가까운데로 끌어 당기였다。
환한 등잔 불 빛에 한 손에 든 약봉지를 비치여 보이며 분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따지였다。
「너 이걸루 뭘 했니? 바른대루 대!」
그 약봉지를 쳐다 보는 호 가의 진땀으로 번들번들 하여진 얼굴은 해쓱해 지였다。떠듬떠듬 변명 비슷하게、그러면서도 독살스러운 악의를 감춘 어조로、장극민의 서릿발 같은 시선을 피하여 엉뚱한 딴데를 보며 대답하였다。
「말 버즘을 떼 주느라구……썼습니다。」
울림 같이 그 말을 받아서、증오에 찬 눈으로 그 자를 쏘아 보며 장극민이 말하였다。
「농협 간부를 독살허느라구……썼습니다!」
「예? 그、그런……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왜? 그런 일이 없을 수 있습니까?」
「전、전혀……」
「전혀는 무슨 전혀? 꼭 그래! 네가 그랬어! 또 변명헐테냐?」
호 가는 변명이 소용 없을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장극민은 그 자에게서 손을 떼고 얼른 허리에서 권총을 뽑았다。
먼발치에서 일이 되여가는 형편을 관찰하고 있던 호 가의 녀편네와 자식들이 일시에 밀려 와 땅 위에 무릎을 꿇었다。소리가 나게 이마로 방 바닥을 쪼며 빌고 사정하였다。울며 애원하였다。
「나으리、목숨만 제발!……」
「용서 못 받을 건 네가 잘 알테지?」단호하게 외치고 그리고 총구를 장극민은、호 가의 가슴팍과 수평이 되게 치여 들었다。
발사는 결정적이였다。하나 바로 그 순간에 뜻하지 않은 헤살이 들었다。
「잠깐!」소리와 함께 뒤에서 누가 손을 뻗히여 장극민의 총 잡은 손목을 꼭 잡은 것이다。-그것은 등충이였다。
「왜? 왜 말리우?」살기 띄운 눈으로 돌아 보고、그것이 누구인지를 알고 장극민은、손을 뿌리치며 이렇게 소리 치였다。
「잠깐만! 그 자를 죽이문、물어 볼 걸 못 물어 보게 되우!」등충이는 예리한 칼날을 피하 듯 기승한 장극민의 정면을 피해가며、설복하는 구조로 타이르 듯 말하였다。「우리헌텐 그 사람이 국자가에 들여다 적립해 놓은 현금이 필요허우。군자금이 필요허단 말이오。-본인을 죽여 업새문 그 돈을 찾아 올 재간이 있소?」
남의 부대에 객군으로 들어 와 있으면서 너무 제 고집 만을 부리는 것도 좀 무엇 하고 하여 장극민은、자기를 제어하고 그 자리를 양보하였다。그는 단결이 파괴될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첫닭이 울었다。
등충이가 서둘러 대였다。
「다들 준비됐으문、이전 떠나、떠나!」
그는 날이 밝으면 일본 군대나 자기 보다 우세한「보안대(괴뢰군)」에게 추격 당하게 될까바 그것을 겁 내는 것이였다。
산 속 근거지로 돌아 와서 아침 식사가 끝난 다음、로획물 분배가 시작되였다。
총 한 자루에 탄약 이십 발을 껴서 장극민에게 넘겨 주며 등충이가 변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