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9)
2016년 12월 27일 13:33【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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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놀라난 말을「히힝!」소리와 함께 앞 발을 번쩍 들고 일어 서며 자기를 끌고 가던 사람의 손에서 고삐를 잡아채였다。그래 가지고는 저도 모를 방향으로 그 말은 굽 밑에서 눈을 보얗게 날리며 뛰여 달아나버리였다。
박 서방에게 몹시 맞은 보초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으며、자기의 직책을 생각하고 동네가 다 들썩 하게 고함을 치였다。
「데끼슈우(적습)!」
그리고는 신호하기 위하여 총을 허공에다 대고 련방 쏘아대였다。
「찌야끈!」-「찌지야아끄은!…」
「찌야끈!」-「찌지야아끄은!…」
「찌야끈!」-「찌지야아끄은!…」
얼마를 뛰다가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제 정신이 들어 박 서방은、다시 돌따서 와 총을 가지고 가려 하였다。하나 때는 이미……
숙영지가 술렁술렁 하였다。「적습」에 놀란 일병들이 잠을 깨친 것이였다。
이리하여 결국 장검이들은、총 한 자루 얻고 총 한 자루 잃고、그리고 말 네 필 가운데서 두 필 겨우 무사히 끄을고 산림 속 근거지로 날샐 녘에 돌아 왔다。
박 서방은 정서가 일락천장이였다。
죽을 병에 걸린 사람에게 백약이 무효이 듯、어떠한 위로의 말과 격려의 말도 실심한 그의 잿빛의 얼굴에다 붉은 빛과 웃음을 띄워 주지는 못하였다。
군마 두 필이 겨우 가죽과 뼈만을 눈위에 남겼을 지음 박승화는、「가 찾아 와!」하는「토벌대」소대장의 전달 명령을 받들고 길에 올랐다。
말은 정말 가 찾아 올 작정은 아니였으나 그러나 가는 체라도 해야 할 그런 형편이였다。왜냐면 중대장이 소대장한테 한 화풀이는 고대로 몽땅(아니、좀 더 커져 가지고)「자위단」「단」장인 박승화의 머리 위에 쏟아져 내려 왔기 때문이다。
한 편、장검이는 자기의 친우이며、사랑하는 동지며、언제나 가치 탄우하 검림중을 뛰여 다닌 전우 박 서방을 위로하기에 볼 일을 못 볼 지경이였다。
「글세 그게 무슨 큰 일이람!」장검이가 너그럽게 박 서방의 과실을 덮어 주려고 시도하였다。「전쟁이오、이건! 전쟁에 그래 매번 꼭 이겨얀단 법이 어느 천하에 있수? 질 때두 있구 이길 때두 있지!」
「말 두 필、총 한 자루、」박 서방이 뜨게 소 모양으로 머리를 낮추 숙이고 고집을 부리였다。「나 혼자 잃어 놓구 무슨 낯으루?……」
「치만 박 서방、」영수가 애 써 설복하려 들었다。「그걸 뭐 일부러 그렇게 되라구 헌 건가? 잘 헌다는 게 실술 해서 그리 된 거지!」
「말 두 필、총 한 자루、」화춘이는 거의 적의를 가지며 세게 머리를 가로 흔들었다。「나 혼자 잃어 놓구 무슨 낯으루?……」
「짜、이 사람은!」왕남산이가 짜증을 내다 싶이 하며 타일렀다。「누가 뭐라 길기나 했드람 큰 일 났겠네? 글세 다들 박 서방을 좋게 말허잖아? 근데 되루 제가?……누가 절 나쁘달새 말이지!」
「허지만 말 두 필、총 한 자루 나 혼자 잃어 놓구 이 맘이 어떻게 편헐 수 있어? 왜 죽구 싶잖겠어、생각해 보라구!」
암만 설복하여도、암만 권유하여도、암만 타일러도 박 서방의、자기 스스로를 책하는 마음은 가벼워 지지도 밝아 지지도 아니 하였다。
그래 궁여 일책으로 장검이는 영수들과 상의하고、박 서방을 데리고 산림 속 근거지를 소리 없이 떠났다。
그를 도와 그의 과실을 보상할만한 전공을 세우게 하여 줄 생각에서였다。그 밖에는、전공을 세워서 과실을 씻는 이외에는、박 서방의 마음의 구름을 벗겨 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쇠부랄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마냥 퍽으나 막연한 일이기는 하였으나 장검이는、그래도 박 서방을 위하여 되나 안 되나 한 번 해 볼 작정을 하였다。
그 작정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였다。전에 그들이 적의 군용 자동차를 쏘아 구을린 일 있는 그 고개 마루에 가 앉아 있어 보자는 것이였다。
장검이는 그것이 열에 아홉은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박 서방의 기운을 내여 주기 위하여 꼭 될 거라고 장담(이라느니 보다는 격려)하였다。그럭저럭 하는 동안에 박 서방의 기분이 전환되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한데 뜻 밖에도、그 후 오래 두고 해란강 량안 부락부락의 농민들이 그 이야기를 할적 마다 너무도 통쾌하여、나이가 몇 살씩 금시로 젊어진 것 처럼 명랑하게 웃어대며、무르팍을 치던 일이 여기서 발생하였다。
그것은 장검이와 박화춘이가 목적지를 반의 정도 채 가지 못하여、눈 덮인 빤빤한 산등성이에서、말 찾으려 떠난 박승화의 패거리와 정면으로 맞다든 것이였다。
이십 대 이-중과부적이였다。
그래 장검이들은 바위 뒤、나무 뒤에 가 숨어서는 적이 따라 오지 못하게 불질을 하며 즉、견제 사격을 하며 하며 도망을 치였다。
그들은 서로 격려하고 서로 관심하였다。
「어드러우? 박 서방!」
「괜찮아! 장검인?」
「총알을 아끼우!」
「글루 가선 어쩔라구? 일루、일루!」
우세한 박승화는 일변 부하를 독려하며、일변 자기도 총을 놓으며 추격을 조금도 늦추려 하지 않았다。집요하기 짝이 없게 뒤를 따랐다。군마 대신에「빨갱이」의 목이라도 베 들고 돌아 가야만 할 그런 형편이였길래、그도 이를 악물고 덤벼 든 것이였다。
「뭣들 해? 왜 대가린 눈 속에 쳐박아! 빨리 앞 서지 못허겠어? 어밀헐、빨리、빨리!」박승화는 계속 이렇게 고함을 질러대였다。「최 서방! 자넨 그 셋을 데리구 저 쪽으루 돌게、저 쪽으루 돌아!」
긴장하기 짝이 없는 추격전은 한 시간도 더 연장되였다。장검이들은 숱한 부락 남녀로소가 숨어 있는 자기네의 근거지를 폭로할까 념려하여、방향을 계림 쪽으로 잡고 불질하며 달으며 불질하며 달으며 하였다。
따르는 자도 쫓기우는 사람도 다 같은 땀범벅이 되였다。숨이 하늘에 치닿았다。그들의 발 밑에 깔린 것은 차디찬 눈이 아니라、삼복의 태양을 반사하는 뜨겁데 뜨거운 모래사불인 것만 같았다。
불시에 장검이들이 목표하고 달리는 등성이 저 쪽으로 부터 십여-한 개 분대의-누런 군복 입은 일병의「토벌대」가 나타났다。총소리를 듣고 계림 쪽에서 맞받아 올라 온 적들이였다。
장검이들의 운명은 문자 그대로의 풍전등화였다。앞은 호랑이고 뒤는 이리떼고……땅을 파고 들어 가기 전에는 살 길이 없었다!
「장검이、나 때메 너꺼지 죽게 됐구나!」화춘이가 비통하게 부르짖었다。
「아니! 우린 살아야 해!」장검이가 계속 불질을 하며 단호하게 외치였다。
「이제 어떻게?」
「속이자! 일본 눔을 속이자!」
「어떻게、장검이?」
「무서워 허지 말구、박 서방、날 따라 와!」
타촌「자위단」의 형편을 잘 모르는 일병들은 잠시 정황을 판단하지 못하였다。
거기에 달려 오며 장검이가 손을 흔들었다。몇 마디 얻어 들은 일본 말을 섞어 가며 구원을 청하였다。
「살려 주시우!」그는 저 밑에서 자기네를 따라 오는 박승화들을 손가락질 하며、「저거、저거 아까(빨갱이)요!」그리고는 자기를 가리키며、「우리 료오밍(량민)! 우린 지에이딴(자위단)、우린 지에이딴!」
「요씨、와깟다(오냐、알았다)!」분대장 같아 보이는 안경잡이 일군 하사관이 소리치였다。그리고는 때를 놓지지 않고 부하들에게 호령하였다。
「도쯔게끼(돌격)!」
일병들은 눈을 차 허뜨리며 경사면을 맞받아 뛰여 내려 갔다。
「고로세에!」소리가 나무 가지에서 눈을 흔들어 떨궜다。
일병「토벌대」가 박승화의「자위단」을 공산당으로 잘못 알고 막탕 찔러 너머뜨리고 있을 때、장검이와 화춘이는 마지막 힘을 다 내여 골짜기 깊은 데로 골짜기 깊은 데로 도망을 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