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은 19세기 후반부터 조선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하여, 1990년대 이전까지는 이동이 거의 없이 동북지역에서 생활하며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형성되여온 집단이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적변동속에서 1990년대 이후 조선족들은 중국의 대도시나 연해 개방도시, 미국, 일본, 로씨야, 한국 등 국외로 이주하는 행렬에 들어서게 되며, 현재까지 한국으로 입국한 조선족들이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한다.
한국이주 초기, 많은 조선족들은 한국인들과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또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울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한국으로 입국하게 된다. 그러나 이주 초기 한국의 산업연수제도하에 대부분 미등록자의 신분이였던 조선족들은 입국하기전의 기대와는 달리, 임금체불, 사기피해, 폭행 등 불평등한 대우를 받게 되며, 더우기는 "못사는 중국에서 온 중국인", "3D업종에 종사하는 최하층 로동자"라는 고정관념속에 위치해있으면서 무시, 편견, 차별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험속에서 재한조선족들은 한국을 “조상의 나라”라고 생각하던데로부터 스스로에게 “조선족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게 되며, 따라서 조선족정체성에 대한 중・한・일 학계의 학문적접근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조선족정체성에 대한 연구는 현재 어떠한 수준에 와있는가. 초기 조선족정체성연구에서는 정판룡교수(1996)의 “조선족은 중국으로 시집온 며느리”라는 “며느리론”과 “모국은 한국이고 조국은 중국”이라는 “이중정체성”이 가장 많이 론의되였다. 이에 김강일(2001)은 “변연문화론(邊緣文化論)”을 주장하면서 “며느리론”과 “모국-조국론”을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조선족의 문화와 정체성은 중국과 조선의 문화와 정체성이 융합되여 만들어진 새로운 문화와 정체성으로서 자신을 ‘며느리’라고 여기는것은 주권국가의 국민으로 당당하게 여기지 못하는 굴종적인 자세”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중정체성”론의에 대해 황유복교수(2009) 또한 “‘중국공민’은 국적과 관련된 개념이고 ‘조선민족’이란 민족과 관련된 개념으로서 서로 다른 개념을 함께 싸잡아서 이중성을 이야기할수 없다”며 조선족 “이중정체성”론의를 반박하였다.
이와 같은 기존의 론의들은 서로 다른 립장에서 조선족정체성을 전반적으로 규정하고자 했으며 조선족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학계의 쟁점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론의에서 조선족의 정체성은 어떤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간주되며, 조선족정체성에 대한 일반화의 경향이 비교적 강하다.
이러한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조선족정체성에 대한 연구는 설문조사를 통해 계층별, 년령별, 성별, 지역별, 교육수준, 소득수준 등 변수에 따라 중국 현지 조선족 및 한국이주 경험이 있는 조선족의 국가의식, 민족의식, 소수민족의식, 한국관, 남북통일관 등을 실증적으로 고찰하는 량적연구가 증가하게 된다. 그러한 량적연구 또한 조선족들의 여러 변수에 따라 국가, 민족 의식의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정체성에 접근함에 있어서 항상 국가, 민족이라는 경계를 설정하거나, 그것의 외연인 소수민족의식, 한국관, 남북통일관 등 범주들에 대한 내용들만 고찰하여 기술하기에 연구자가 설정한 측정범주들을 넘어 이주공간에서 수많은 경계들을 넘나들며 스스로의 “민족적소속”을 나름대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해석하는 력동적인 자기인식의 형성과정을 간과한다.
그리하여 2000년대이후의 연구에서는 정체성을 어떤 하나의 고정적이고 정태적인 실체로 가정하던 기존 연구의 한계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류동적이고 동태적인 과정속의 구성물로 간주하면서 정체성 (재)형성과정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조선족의 민족/국가 정체성이 한국사회에서의 생활경험을 통해 분화되고있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렇다면, 조선족의 민족정체성(민족적 소속감, 귀속의식)은 어떻게 분화되고있는가. 지난 몇년간의 연구과정에서 필자는 민족적귀속을 표출함에 있어, 조선족들이 국가, 지역 및 대상에 따라 자신의 민족적소속을 다르게 표출하고있음을 발견하였다. 일례로 일부 조선족들은 중국에 있을적에는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조선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다른 나라(한국이 아닌)로 이주했을 경우에는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에 비해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하게 표출한다. 그외 어떤 조선족은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 주류사회에서나 한국의 조선족사회에서나를 막론하고 “동포이지만 귀화했다”는것을 강조하면서 조선족정체성을 회피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조선족의 귀속의식은 단일한 요소로 획일화되거나 고정되여있지 않고 지금 현재의 공간과 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되며 류동하고있음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현실적상황에서 조선족정체성에 대한 연구는 어디까지나 행위주체들이 사회적관계망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립장을 설정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할것이다. 정체성은 항상 타자와의 상호작용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자아의 경험을 떠나 론할수가 없기때문에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각 개인의 귀속의식의 배렬 및 표출 등 구체적인 류동방식에 대한 고찰을 통해 한 민족 집단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재조명해야 할것이다. 따라서 한 민족집단-조선족 정체성에 대한 폭넓고 심도 깊은 연구는 민족 공동체 및 정체성 리론을 심화시키고 학술적공헌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것이다.
【방미화 약력】
성명: 방미화
소속: 연변대학교 사회학과
전공: 이주사회학, 초국적 이동과 정체성, 초국적 네트워크
학력: 한국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박사
연변대학 력사학부 학사, 석사,
주요론저: 《이동과 정착의 경계에서: 재한 조선족의 실천전략과 정체성》(2013, 이담북스)
래원: 인민넷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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