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12)
2016년 05월 05일 15:01【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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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내가 여해암이에게 안날 길에서 겪은 아슬아슬한 장면을 재미나게 묘사해 들리는데 강진세는 한옆에 앉아서 생글거리기만 하고 말참녜는 하지 않았다.
“…어느 하가에 바지를 다 벗어, 그냥 물속에 들어섰지. 한데 일수가 사나우려니까 허둥지둥 물을 건느는중에 옹이에 마디로 무엇엔가 발이 걸려서 휘뚝 나가 자빠지잖았겠나. 꼴깍꼴깍 물을 먹으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어디 일어나져야 말이지. 다행히도 작은아씨가 잽싸게 내 귀때기를 쥐여 잡아당겼기에망정이지 그러찮았더라면 젠장, 거기 그냥 빠져서 렬사가 될번한걸…”
내가 이렇게 너무 허풍을 떠니까 그제는 참을수 없던지 강진세도 웃음보를 터뜨리며
“또 시작했군!”
라고 한마디 말하고는 여해암이를 돌아보며
“저거 하는 말 하나도 곧이들을거 없어.” 했다.
“곧이들어?”
하고 여해암이는 익살맞은 눈으로 먼저 나를 한번 보고 다시 강진세를 보며
“저 인간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면 내가 곧이들을줄 알아?”
하고 맞장구를 쳤다.
세 친구는 서로 돌아보며 깔깔 웃었다. 집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정이 안개처럼 자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