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8)
2016년 11월 28일 14:14【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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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봉화、하늘을 태우다
석린구를 향하여 전진하는 천 여 명 농민의 대오의 총 지휘자는、계림 사는 김시옥이-젊고 슬기 있는 소작농-이였다。
한영수는 버드나뭇골 소대의 소대장으로 뽑히였다。림장검이는 날파람 있는 청년들 만으로 조직된 선발대에 참가하였다。그리고 동만 특별 위원회는 중국 동지 장극민(그는 호남 사람이였다)을 자기의 대표로 거기에 파견하였다。
선발대 보다 두 시간 가량 뒤떨어져서 대오의 주력이 대평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당지의 대 지주 호 아무개의 높은 토담 둘리운 집은 장검이들의 선발대와、그들의 응원을 얻어서 궐기한 본 부락 농민들에 의하여 뱅 돌라 포위되고 있었다。
호 가는 오륙 명의 사병을 두고、가위에 송아지 만큼씩 한 집 지키기 개를 스무 마리나 기르고 있었다。
한데 그 약담배(아편)장이인 사병들의 노략질-닭을 잡아 바쳐라、기장 밥을 해내라、단오가 래일이니 뭘 다고、추석이 모래니 어떤 것이 요구된다-보다도 더 부락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늑대 같은 이 스무 마리 개의 흉포였다。그저 누구나 할것 없이 호 가의 집 근처를 얼씬만 하면、거리에서 나오는 멋 모르는 땜장이가 제 갈 길을 가기만 하여도、그 개들은 와르르 달려 나와 물고 뜯고 하여서는 사람을 반 죽엄 시켜 놓았다。
밭에서 돌아 오는 소의 뒷다리를 물어 병신을 만들거나、돼지의 귀를 떼 먹는것 쯤은 례사였고、아이 밴 아주머니의 궁둥이를 깨물어 류산을 시키고、학교 가는 아이를 물어 뜯어 끝내는 그것으로 앓아 죽게 한 그런 일도 비일비재였다。
해도 언제나 주인인 호 가는 입에 문 담배에서 엷은、푸르므레한 연기를 절간에서 피우는 향불의 그것 처럼 평화스럽게 올려 보내며、제 집 토마루에 서서 까딱도 안 하고 그것을 바라 보기만 하였다。따라서 그가 기르는 병정들도 팔장을 지르고 나와 서서는、저의가 붙여 놓은 닭 쌈이나 메뚜기 쌈을 구경하듯、웃으며 그것을 감상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렇것만 농민들은 항의 다운 항의를 못 하여 보고 살아 왔다。호 가의 싯누런 구렁이의 그것 같은 눈깔도 무서웠고、사병들의 오련발도 무서웠고、개의 잇발도 무서웠지만、그 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한 가지 있었다。그것은 땅을、부치고 있는 땅을 떼운다는 그것이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보다 더 한 제 녀편네를 갚지 못 하는 대신에 호 가에게 빼앗기고도、저 혼자 밤에 이불 속에서 제 가슴을 쥐여 뜯으며 통곡하였을 뿐이다。
호 가는 군중이 제 집을 포위하자 곧 명령하여 대문을 굳이 닫게 하고、사병들을 토담 네 귀에 세운 망루로 올려 보내였다。마당에서는 흥분한 개들이 아우성을 치게 하고、망루에서는 사병들이 총을 밀집한 군중에게 겨누며 위협을 하게 하였다。
군중은 돌을 검정 대문에다 대고 우박 같이 팔매 치였으나、그것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팔매질은 헛되히 그러지 않아도 흥분한 개들 만을 더욱 발광 시키여 놓았다。그리고 망루 위에 서 있는 약담배장이들을 그것은、도리어 안심 시켜 주는 작용을 하였다。
그 자들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총을 내려 겨누며 작란 삼아 위협하였다。
「리 서방、쏜다、쏜다!」
그러면 그 지명 당한 사람은 목을 움추려떠리고는、군중 속을 파고 들어 가 거기 파묻히여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재미를 붙인 망루 위읫 작자들은、그 짓을 계속 이렇게 하였다。
「이 번엔 너、박 서방、쏴 줄까? 나쁜 놈이 자식이、어디、요 담에 보자!」
「어、너두 왔어、조꼬만 박 서방? 색씨 찾아 갈라니? 왕바단!」
이 모양으로 각개 격파 당한 부락 군중은 오합지졸이였다。군중 의식에 처음에는 기고만장이였으나、하나 하나 따로 떼여 놓고 보면 모두가 다 뒷 일이 켱기여 오금을 쓰지 못 하는 겁장이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