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16)
2016년 05월 11일 15:19【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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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라 말세이유즈"
몇달 지나는 동안에 나도 차츰 교내사정에 익숙하게 되였다. 더우기는 조선학생독립중대가 편성된 뒤에 그러하였다. 그 독립중대에서 나는 각처에서 모여든 이러저러한 조선청년망명가들과 가깝게 사귀게 되였다. 그중의 세 사람—주언(주연), 장문해, 리동학은 상해 프랑스학교 중법학당 졸업생들로서 모두 프랑스어에 능통하였다. 내가 프랑스어로 “라 말세이유즈”를 부를수 있는것도 다 그들의 덕분이다. 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주언이가 노래를 잘 불러서 전교에 이름이 난 미남가수 조소경이와 거의 맞먹을만 하였다.
락화류수로 봄이 마감을 고하려는 어느 일요일날의 일이다. 나는 몇몇 동급생들과 짝을 무어가지고 시외의 경치좋은 호수로 배놀이를 나갔다. 일행은 모두 넷이였는데 그중의 조소경 (본명 리성근)과 주언은 생각이 나도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였던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우리는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호수에서 가볍게 노를 저으며 곡조 유양한 노래들을 불렀다. 그러다가 노래를 바꾸어 주언의 선창으로 “라 말세이유즈”를 따라부를 때였다. 한척의 뽀트가 불시로 배머리를 돌리더니 곧장 우리쪽으로 쫓아왔다. 가까이 온것을 보니 거기에도 네 사람이 탔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전쟁할 때” 문정일이였다.
“그따위 개노래는 왜들 불러!”
이것은 문정일의 입에서 튀여나온 첫발의 도발적류산탄이였다.
우리 배의 네 사람은 그 마른하늘의 벼락같은 호령에 모두 넋을 잃고 어안이 벙벙하여 눈들을 끔벅끔벅하며 그의 누르께하고 홀쪽한 얼굴만 건너다보았다.
“어째, 프랑스제국주의의 앞잡이들이 되고싶어서 그러는가?”
문정일이는 진일보하여 업신여기는 투로 힐문을 던져왔다.
“그렇지만 이건 혁명가욘데… 93년 대혁명시기에 프랑스민중들이 모두 부르던…”
나는 말을 떠듬거리며 간신히 이렇게 항변하였다.
“무슨 잔말이야! 그게 프랑스제국주의의 국가가 아니고 뭐야?”
우리는 그 밉살머리스러운 문정일이가 찬물을 끼얹는 바람에 흥들이 깨져서 배놀이고뭐고 흐지부지 다 걷어치웠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나는 더욱더 무조건적으로 하직동이의 영명한 론단에 감복하게 되였다. 그 고약스러운 문정일이를 사람질 못할 물건짝이라고 내리깎았기때문에. 한때 나는 그야말로 그 론단을 영생불멸의 결론이자 진리라고 생각한 일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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