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한 민족의 문화를 론할 때 그 민족의 전통과 풍속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력사적으로 보면, 한 민족의 전통과 풍속은 고정불변한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 발전되여왔다고 할수 있다.
음식을 례로 들면, 지금 우리가 먹고있는 김치 역시 력사상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김치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고추가루가 들어간 붉은 배추김치를 떠올리지만 배추가 조선반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것은 조선왕조 중후기인 17~18세기경부터다.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배추, 시금치, 미나리, 생강, 고추 등은 고려시기의 기록에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반도에서 고추와 호박은 임진왜란 이후인 17세기경부터 재배되었으며 시금치, 미나리, 생강 등도 이 시기 기록에 처음 보인다(김내창, 1992).
고추를 넣은 붉은 김치는 1700년대 전반에 형성되였다고 한다(이규태, 1991). 이로부터 볼 때 우리 민족이 지금처럼 고추가루, 생강이 들어가는 배추김치를 먹은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러나 배추김치는 지금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대표음식이 되였다. 한족들도 김치를 辣白菜라고 부르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많이 먹는 옥수수, 감자, 고구마, 땅콩 등도 18세기 중엽~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조선반도에서 재배되었다(김내창, 1992). 우리가 지금처럼 세끼의 밥을 먹게 된것 역시 극히 근세의 일로, 세계적으로 세끼 밥은 극히 1백~2백 년 사이의 일이다(이규태, 1991).
과거에는 아침 저녁의 두끼 밥이 관례였다. 19세기 중엽 조선 후기의 실학자 리규경(李圭景)은 해가 짧아지는 음력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달 동안은 조석 두끼만 먹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2월부터 8월까지 일곱달 동안만 점심을 먹는것이 조선의 식속(食俗)이라 했다. 곧 음력 2월의 춘분날부터 점심을 먹기 시작하고 9월의 추분날부터 점심을 페하고 두끼만 먹는다 했다.
월경민족인 조선족은 조선반도로부터 중국으로 이주하면서 많은 민족전통을 이어왔을뿐만아니라 중국에 살면서 또 나름대로 조선반도의 전통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적전통을 만들어왔다.
연변의 조선족음식을 례로 들면, 조선반도의 민족 전통음식을 연변의 실생활에 맞게 변화, 발전시킨 가지밥과 감자밥, 옥수수온면, 초두부, 오누이장, 언감자밴새(언감자만두) 등과 한족 및 기타 소수민족의 음식문화를 받아들여 새롭게 개발한 건두부무침, 양꼬치 등 음식과 사과배 등 과일이 있다. 그리고 중국음식도 제법 맛들여 산재지구의 조선족들은 한족들처럼 초우차이(炒菜)식의 료리도 많이 해 먹는다.
지금은 한국에도 서울시 구로구의 가리봉동과 구로동 등지에 “조선족타운”이 생겨나 조선족들이 먹고싶은 고향음식을 사먹을수 있게 되였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이나 한국에 가서 한동안 있다온 조선족들은 귀국하면 먼저 훙쏘우러우(红烧肉), 꿔보우러우(锅包肉) 등 한족료리나 조선족음식을 먼저 찾군 했다. 그만큼 조선족은 조선반도의 음식과도, 또 한족음식과도 닮은듯 하면서도 다른 음식문화와 전통을 가지게 되였다.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가족적, 민족적, 공동체적 뉴대감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수 있다. 사람들은 같이 모여앉아 좋아하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고 가족의 정과 우정을 돈독히 한다. 그래서 같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것은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하여 그때 그 시절, 그곳의 사람들을 추억함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단지 맛만을 위해 먹는게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 그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먹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것은 또 공동의 기억—즉 공동의 력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일수도 있다.
민족적측면에서 볼 때 음식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있다. 디아스포라로 유명한 유태인들은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도 민족정체성을 잘 유지해왔는데 그들은 유태교 계률에 따라 먹는 음식에 금기가 많다.
유태인들은 코셔 푸드(Kosher food, 유태인의 률법에 따른 정결한 음식)를 먹는데 일단 피가 섞인 고기는 먹지 않는다. 그래서 가축을 도축하면 피를 모두 뺀다. 네발 가진 동물은 발굽이 두개로 갈라지되, 먹이를 반추(되새김질)하는 동물, 즉 소나 양, 사슴 같은 동물의 고기는 먹을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돼지고기나 말고기, 토끼고기 등은 먹지 않는다. 물고기에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먹을수 있다. 뱀장어나 갈치, 미꾸라지 등 비늘이 없는것은 먹지 않으며 새우나 조개류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고기와 우유 등 유제품을 같이 먹지 않는다(裔昭印,2010).
유태인들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유태교 계률에 따른 독특한 음식 문화와 전통을 지켜왔다. 이는 그들이 수많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그리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면서도 민족적정체성을 잘 유지할수 있었던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아니였을가? 음식은 민족정체성에 대한 결정요인이 될수 있으며, 민족정체성 역시 음식선택의 결정요인이 될수 있다. 음식과 민족정체성은 상호 작용을 한다고 할수 있겠다.
그리고 전통이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것과 오랜 세월과 풍파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는 정수(精髓)가 있기 마련이다. 지구화시대, 격변하는 이 시대에 국내와 국제 이주가 많아지면서 그 어떤 민족이든, 민족전통의 고수란 쉽지 않은 과제가 될것이다. 하지만 사물은 항상 변화하면서 발전한다는 점을 명기한다면 그 어떤 전통의 상실로 두려워할 일은 없을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민족전통(정수)을 이어감과 동시에 우리가 사는 이 시대와 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가 하는것이다.
참고문헌:
김내창 집필, 《조선풍속사》3,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이규태, 《재미있는 우리의 음식이야기》, 1991
裔昭印主编,《世界文化史》,北京大学出版社,2010年版
[최선향 략력]
성명: 최선향 (崔鲜香)
소속: 장강사범학원 력사학과 부교수
연구분야: 중조문화교류사, 녀성사, 녀성학연구
학력: 연변대학교 력사학 박사
연변대학교 력사학 석사
동북사범대학교 력사학 학사
경력: 천진사범대학교 성별과 사회발전연구센터, 한국어학과(2006~2013)
청도황해학원 중국근현대사교연실(2014~2017.3)
현재 장강사범학원 력사학과 부교수.
겸직: 한국 학술 등재지 《젠더와 문화》(KCI 등재)의 편집위원
주요 론문:
《Lives of Old Women of Korean Nationality in Beijing----A Case of One Dance Team》,《Asian Women》,Spring 2010 Vol.26 No.1(SSCI)를 비롯하여 《高丽女性在高丽与蒙元关系中的作用》(《内蒙古大学学报》,2010,1); 《1970年以后韩国妇女运动的发展与变化》,《当代韩国》,2010,2(中国人民大学复印资料《妇女研究》2010, 6全文转载)등 론문 2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공동 편저로는 《全球地方化语境下的东亚妇女与社会性别学研究》(湖南大学出版社,2016)가 있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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