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3)
2016년 11월 21일 15:07【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七 보복
다음 날 아침、자기의 소 살 돈이 없어진 것을 안 행석이 김 유사는 첩의 방에서 군서방을 발견한 대감 처럼 날뛰며 소동을 일구었다。
죄 없는 며누리와 죄 있는 아들이、그리고 멋도 모르고 한 번 큰 소리로 짖은 개와 주인 령감의 신 속에다 고려 없이 제 똥을 떨군 숫탉까지가 다 한 가지로 봉변을 당하였다。쥐 잡아 주는 고양이와 하늘 날아 다니는 가마귀까지가 다 그 통에 들어서 애무한 화를 당하였다……
「누가、어느 년눔이、」그는 알맹이 없어진 손궤와 비틀어 떨군 잠을 쇠를 머리 위에서 흔들며 발광하였다。「내 이 돈을 훔쳐 갔는지、당장!」
그리고는 마치 그 손궤가 범인 자신이기나 한것 같이 들고 마당으로 뛰여 내려가 힘껏 태를 치였다。그러나 그러한 순간에도 그는、그것을 김치 움 가주 메꾼 물렁물렁한 땅에다 둘러 메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당신 모루?」남편의 성질을 손 금 같이 꿰들고 있는 댁내가 의혹에 찬、그의 마음을 속속드리 들여다 보는 눈으로 달삼이에게 물었다。그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긍정적으로 권유하였다。「어서 내 놓우。공연히 집 안만 소란허게 만들지 말구……」
「이건、쥐 부랄두……」귓 뒤가 뜨거워 나는 것을 억제하며 달삼이는、약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속은 비여 가지고도 뽐을 내며 저 쪽을 되려 잡아 누르려 들었다。「모르멘서! 그걸、그래 누가 훔쳐 갔단 말이야? 쳇、제나-가져 갔으문-내 놓을께지!」
「애개! 검、내가 가졌단 말이우? 하느님! 남에게 들러 씨워두 분수가 있지……」
「들러 씨워! 제가 검? 시시너부레헌 소릴、그러기 작작 짓씨버리란 말이야!」
달삼이의 욱박 다짐은 효력을 발생하였다。그의 댁내는 속 셈은 뻐언 하면서도 부득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 놓여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짧은 담뱃대를 단단히 틀어 쥐고、그것으로 허위 진술에 대한 징벌을 암시하며 바투 닥아 와 령감이 따지려 들었다。
「너、모르니?」
「지가요?」달삼이는 자기가 전연 애무하다는 것을 알릴 목적으로 깜짝 놀라 보이며、아버지의 물음에 되물음으로 써 대답하였다。
「그래、너 말이다!」
「모릅니다!」
「정말?」
「정말 아니문! 어떻게 그걸 지가 안단 말씀이오?」
「흐음! 검、어디 짐작 가는덴 있겠지?」
「짐작요? 글쎄요……」엉뚱한 딴 곳을 바라 보며、속으로는-이전 급한 고비는 넘었고나-생각하며 달삼이는、흐리멍덩한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예기하지 않은 뢰성벽력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떨어져 내려 오며 그의 고막을 쩍 짜개였다。
「저엉、그래、말 안 헐 작정이야?!」손에 든 담뱃대를 고쳐 잡고 금시로 엄습할 태세를 갖추며、격정에 눈이 쇠 뼈다구로 만든 단추 처럼 동글해 지며 그 아버지가、침을 튀기며 더럭 고함을 지른 것이다。
그 바람에 정주에서 방 바닥에 엎드려 누룽지조박을 빨고 있던 젖 먹이 아이가、경풍을 한것 같이 울어 저끼였다。손에 묻은 물을 치맛 자락에 닦고 며누리가 얼른 그 어린 아이를 안아다 젖을 물리였다。
그것을 힐끔 곁 눈질 하여 보고、고함을 질러서 제 뱃 속에 가득 찼던 울분을 어느 정도 배설한 행석이는、벌써 푹 갈아 앉아서 의론ㅅ조로、목소리를 아주 낮추어서 물었다。
「영수-그 자가 난 아무래두 의심쩍은데……넌、어떻게 생각허니?」
「영수요? 그 사람이……원、무슨、그럴 리 결단쿠 없지요!」아버지의 말 가운데 억지로라도 동의를 얻어 볼까하는 그런 의사가 포함되여 있음을 감각한 달삼이는、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그것을 부정하였다。친구를 위하여 한 노릇이 도리어 친구에게 루를 끼칠까바 겁난 것이다。
「그럴 리 없어? 흐음、좋아、그럼 너 오늘 가마귀 한 마리만 어디서 잡아 오나。」
「예? 가、가마귀요! 건、뭘 허시려구?……」
「발을 조릴테다! 훔쳐 간 눔의 손목쟁이가 가마귀 발 처럼 오글아드는 걸 좀 봐야겠다!」
「그게、아버님、좋습니다! 가마귀 방정……즈의 친정에서두 그런 일이 한 번 있었더랬는데 건、영낙 없더군요。」어린 아이에게 젖꼭지를 물리고 있던 달삼이의 처가、곁에서 시아버지의 편을 들었다。그리고는 남편에게 제의하였다。「닭으 밸 겉은 걸루 미낄 허구 새 창을 해 놓문、멫 마리래두 걸릴걸 뭐、미낀 내가 망글지요。」
그 녀자는 가마귀 발을 기름에 조리면 훔친 사람의 손이 그 모양으로 오글아든다는 것을-가마귀 방정의 령검성을-믿어 의심하지 않기로 습관되여 왔다。
그러기에 그가 시아버지의 의견을 지지한 것은 실지로는、그것으로 남편을 위협하여 훔친 돈을 게워 놓게 하고、집 안을 조용하게 만들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였다。
그러나 행석이의 생각은 또 다른데 있었다。
그는 그 돈을 훔친 것이 한영수이기를 은근히 바랬고 또、자기의 방정으로 그의 손을 오글아떠리여서 허련하가 그를 가까이 하기 싫여하게 만들거나、그렇잖으면 조막손이를 데리고 산다는 불행을 그 녀자에게 가져다 주므로 써 자기의 이루지 못 한 사랑의 울분을 풀어 보자는 것이였다。
행석이 역시도 자기 평생에 목도하지 못 한 기적을 고집스럽게 믿으려고 하는 세습의 어리석음을 가지고 있은 것이다。
좋아 난 것은 달삼이였다。그는 그 가마귀 방정이란 것이 사건을 점점 더 밝힐 수 없는 미로로 끄을어 들여 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달삼이는 이 동네에서 누구 보다도 먼저-영수 보다도 훨씬 먼저、룡정 나가서 사립 중학교에를 다니던 그 시절에 벌써-자기의 머릿 속에서 묵은、전통의 미신을 두들겨 쫓아 내버린 사람이였다。
「검、좋습니다、그렇거지요! 시방 당장……」일 분이라도 빨리 불유쾌한 분위기속에서 벗어 나고 싶은 달삼이는、이렇게 선뜻 속 시원한 대답을 하고 뛰쳐 일어났다。
뒤에서 속이 달아난 것은 제 남편의 손이 오글아들까바 겁이 난 달삼이 댁내 뿐이였다。
닷새가-행석이 김 유사의 은근한 기대 가운데、달삼이 처의 은근한 조바심 가운데-지나 갔다。
해도 오글아든 것이라고는 한영수네 집 쪽을 향하여 서까래 끝에 매여 달아 놓은、들 기름에 조린 샛까만 가마귀 발 두 짝 뿐이였다。
그 동안 따라 전에 흔히 보이던 조막손이 거지 녀편네(나루직이 최원갑이가 건드린 것이 분명하다고 동넷 사람들이 한 때、모아 서기만 하면 그 이야기를 하고는 낄낄거리며 배를 부등켜 안고 웃던)까지가 어쩐 일로인지 보이지를 않았다。
달삼이는、그러한 내막을 아지 못 하고 두 손이 성성하여 동네 가운데를 돌아 다니는 영수를 볼적 마다、저 혼자 뱃 속으로 웃어대느라고 볼 일을 못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