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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30)

2016년 12월 28일 14:50【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五九 눈보라와 더부러

장검이가 때 아닌 총성에 놀라 깬 것은 이미 적이 부락을 완전히 포위한 때였다。

장검이는 최초에 그것을 단순한「자위단」과의 충돌로만 해석하였다。어둠 속에서 졸지에 발생된 일인지라 갑자기는 사태의 엄중성을 파악하기 곤난하였던 것이다。

발광적인 기관총성이 아주 가까운 데서 났다。앞에서도 또 뒤에서도 났다。

그것을 듣고 장검이는 비로소 모든 것을 다 리해하였다。그는 벽에 기대여 세워 놓았던 총을 얼른 집어 들고 일변 장탄하며、일변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여 나왔다。

동네 아랫 쪽에서와 웃 쪽에서 불이 일었다。초가 지붕들이 삽시간에 거대한 횃불로 변하였다。적이 목표를 찾기 위하여「자위단」을 시켜서 지른 불이였다。

장검이는 달삼이네 헛간 옆에 세워져 있는 사닥다리를 들어다 놓고 그 집 지붕 위로 올라 갔다。그는 또 그 대로 불빛에 사격할 목표를 찾기 위해서였다。

놀라 깬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숨이 금시로 넘어 가는 듯한 개 짖는 소리、닭의 울음、소의 울음、울을 부수고 뛰쳐 나와 올려 닫고 내려 뛰고 하는 돼지들의 꿀꿀 소리、거기다 총성과 비명과 그리고 호령……순식간에 고요하던 동네는 수라장으로 변해버리였다。

동네를 에워 싸고 앉아서 한 무릎을 세우고、혹은 서서、혹은 엎드려서 사격하는 적들의 그림자가 화광에 환히 지붕 위의 장검이에게는 보였다。
그는 총을 들어 적의 지휘관을 겨누었다。그 자는 지휘도를 빼 들고 뭐라고 알아 듣지 못할 소리를 질러대며 부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장검이는 방아쇠를 그어 당기였다。맞지 않았다。탄피를 물리고 숨을 가다듬고 또 그어 당기였다。손에 들었던 지휘도를 떨구고 적의 지휘관은 천천히 눈 위에 주저앉았다。손을 배에 가져다 대였다。

사오 명의 적이 총 맞은 상관에게로 달려 왔다。와서 한 군데 몰켜 섰다。거기다 대고 장검이는 또 한 방 갈기였다。하나가 허리를 펴더니 총을 든채 뒤로 나가 넘어지였다。나마지 적병들은 일제히 땅 바닥에 엎드리였다。

「동무드으을! 산으루 올라 붙으시오오오!」

소리 나는 쪽을 장검이는 유정에다 손을 건채 돌아 보았다。-류 서방네 삽작 문을 한 손으로 붓잡고 배상명이가、권총 든 손을 높이 쳐들며 고함치고 있었다。

「안 돼요、배 대장! 산 밑엔 적의 기관총이 있어요!」적정을 판단하기에 극히 유리한 지붕 위에 엎드려서 장검이는 이렇게 옳은 방향을 그에게 지시하였다。「화련 쪽으루、배 대장! 화련 쪽 길루 빠지시우!」

「옳아! 화련으루!」어디서 보이지 않는데서 양문걸의 목소리가 거기에 호응하였다。

맞불질을 하며 하며 유격대 전사들은 장검이가 지시한 그 방향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거기도 적이 있기는 있었으나 극히 소수였다。말하자면 포위를 형성한 고리의 가장 박약한 부분이였다。

배 대장을 선두로 하고 뭉쳐진 대원들은 돌격을 감행하였다。그리하여 약간의 사상을 내고 거기를 돌파하는데 성공하였다。

장검이는 지붕 위에서 총을 들어、혈로를 끊어 열고 나가는 사람들의 배후에다 총구를 돌리는 적의 기관총수를 저격하였다。그는 자기의 마지막 한 알의 철환을 가지고서야 겨우 그 기관총수를 거꾸러떠릴 수 있었다。

장검이는 단 총신에 손을 데며 사닥다리에 한 발을 걸었다。내려 올 작정이였다。먼저 간 사람들의 뒤를 따르려는 것이였다。하나 그보다도 먼저 이 쪽을 발견하고 사격을 집중하는 적의 탄환이 그의 왼 어깨를 뚫고 나갔다。

장검이의 발은 헛 드디였다。사닥다리 위를 구을러 내려 와 땅 바닥에 떨어지였다。몹시 머리를 부딛고 의식을 잃었다。

총성、함성、총성、함성、총성 그리고 또 함성……

장검이가 정신을 차리였을 때、그는 이미 일병과「자위단」의 수중에 있었다。박승화가 제 부하를 시키여 긁어 모아다 얼굴에 올려 놓아 준 눈이 녹아 내리는 바람에 그는 의식을 회복한 것이였다。

「야、살았구나!」잔인한 기쁨을 가지고 박승화가、허리를 굽히고 들여다 보며 소리치였다。

누은채 말 없이 장검이는 멸시의 눈으로 박승화의 얼굴을 훑어 보았다。
이 때、총소리는 아무데서도 나지 않았다。그 대신 벌서 얼기 시작한 시체를 안고、혹은 그 위에 엎드려서 땅을 치며 통곡하는 사람들의 슬프고 애닲은 곡성만이 처창하였다。

장검이의 창백한 얼굴에서는 불의 그림자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며 춤을 추었다。류인호네 집 울바자가 와지직 툭툭 와지직 소리를 내며 타고 있는 것이였다。행석이 김 유사네 울바자가 몽땅 넘어 가 멍석 처럼 땅 위에 깔려 있었기에 그 화광은、남의 집인 이 뜰악 안에 까지를 붉게 밝히였다。

「자위단」들은 어디서 빼앗아 온 누더기 이불을 들것으로 하고、거기다 상처의 아픔으로 이를 악무는 장검이를 억지로 옮겨 실었다。

그 마당을 나서며 들것에 누어서 장검이는 비로소 처음、행석이 김 유사를 발견하였다。그는 언 땅 바닥에 털벅하니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 통곡하고 있었다。그의 앞에는 피투성이의 시체가 뉘여 있었다。-그것은 류탄을 맞고 절명한 김달삼이였다。

그것을 본 장검이의 가슴은 미여지는 듯 아파 났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어느 새 울음이 섞여진 목소리로 이렇게 외치였다。

「교장 선생!」

그 소리를 듣고 들것을 따라 오던 박승화가、아무도 모르게 어두운 데로 얼굴을 돌리며 저 혼자 비죽히 웃었다。

류 서방네 집 불 붙는 울타리 앞을 지나다가 장검이는、또 한 번 창자를 쥐여 짜 내는 듯 비통한 목소리로 외치였다。

「성길이! 오、너꺼지두?」

피의 늪 속에 잠긴 류 서방 댁의 겨드랑이 밑에다 머리를 틀어 박고 숨 떨어진、성길이를 그는 발견한 것이였다。

이 보다 먼저、지붕 위에서 불질하는 장검이를 기다리느라고 영옥이는 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사랑하는 사람과 가치 떠날 생각에 그는 빗발 치는 탄환 밑에서 무서운 것 조차 잊어버린 것이였다。

그러나 닥치는대로를 움켜 쥐는 불행의 무쇠의 손은 이 용감한 소녀 마저 제외하지 않았다。

영옥이는 굶은 늑대의 눈을 가진 일병들에게 붓들리였다。그 자들은 도적질 하느라고 아무 것도 돌아 볼 사이 없이 바쁜「자위단」강도 하나를 어디서 끌고 왔다。물었다。

「이거 료오밍(량민)?」

「아니!」총 끝에다 훔친 물건의 보따리를 매단 그 자가 머리를 가로 흔들었다。「아까(빨갱이)요!」

거기에 마침 박승화가 나타났다。

「아하、영옥이! 그예 만났군?……」

일병들은「단」장이 온 것을 보고、마음 놓고 맡기고 저 쪽으로 가버리였다。

영옥이는 조꼬만 입을 일자로 다물고 박승화의 허여멁언 상통을 깜박도 안 하고 노려 보았다。

「허、우리 단에 홀애비가 또 하나 줄게 됐군!」제 부하의 도둑놈을 돌아 보며 이렇게 빈정대고 박승화는、다시 한 번 불 빛에 영옥이의 단정한、그러나 노기를 띄운 얼굴을 살펴 보았다。

그가 한 말의 뜻은、생포한 영옥이를 제 홀아비 부하에게 넘겨 주어 그 자로 하여금 녀편네를 삼도록 하겠다는 것이였다。

「이 개!」소리와 함께 영옥이는 박승화의 뺨을 힘껏 후려때리였다。

「쟐싹!」하고 살에 살이 가 부디치는 야무진 소리가 속이 시원하도록 크게 났다。

얼얼한 뺨을 손 바닥으로 가리며 의외의 타격에 크게 놀란 박승화가、한 발자국 뒤로 물러 섰다。찌그러진 웃음이 그의 경련을 일으킨 것 같은 입 가장자리에 떠 올랐다。

총 끝에 매달았던 보따리를 얼른 떼여 내리고 의미 있는 눈으로 강도 화한「자위단」「단」원이、자기의 뺨 맞은 상관을 쳐다 보았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김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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