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2017년 10월 5일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리유는 "정서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인간의 환상 아래 숨어있는 심연을 드러냈다"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이번이 열번째이고 일본출생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는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만엔 원년의 풋볼》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1994)에 이어 가즈오가 세번째이다.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는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여나 5세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1978년 켄트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철학학사를 받고 1980년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문예창작석사를 받은 뒤 1982년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데뷔작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직후를 배경으로 한 《창백한 언덕 풍경》(1982)이다. 이 작품은 실제로 나가사키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정서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으며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수상했다. 1986년 출간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도 같은 상을 한번 더 수상한데 이어 그의 대표작이자 1930년대 영국 격동기를 배경으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가치관 혼란을 담아낸 《남아있는 나날》(1989)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력사소설뿐만아니라 과학환상소설, 추리소설,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창작했다. 그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로 첼트넘상을 받았고 같은 해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으며 영미권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립지를 다졌다.
가즈오는 모국인 일본과 거주국인 영국을 잘 아는 “중간상태”의 경계인으로서의 디아스포라 작가이기에 일본과 영국을 아우르는 글들을 쓸수 있었다. 가즈오처럼 노벨문학상을 획득한 이민작가로는 아일랜드출생의 프랑스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사뮈엘 베케트(1969), 폴란드태생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교수인 체스와프 미워시(1980), 뽀르뚜갈출생이지만 추방당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1998), 토이기 출생의 오르한 파묵(2006), 토니 모라슨(1993) 등이 있다. 적지 않은 이민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수는 디아스포라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례이기도 하다.
조선민족의 디아스포라작가로 손꼽히는 이들로는 미국의 이창래; 일본의 유미리, 이회성, 이양지, 현월; 중국의 허련순, 김인순 등을 꼽을수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어 동사 “speiro(씨를 뿌리다)”, “dia(넘어서)”에서 유래되였다. 기원전 6세기 유태인들이 나라를 잃은후 세계 각지로 떠돌이생활을 해온 그러한 비참한 상황, 원거지에서 다른 곳으로의 집단이주를 가리킨다. 1900년대에 들어서서 디아스포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디아스포라는 유태인의 경험뿐만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국제 이주, 망명, 난민, 소수민족공동체, 문화적차이, 정체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였다.
근현대 디아스포라는 세계나 국가적인 정치권력이나 경제력, 군사력 등에 의해 국가들지간의 경계지대에서 이동하는 개체 인간이나 혹은 한 국가의 주변부에 살고있는 민족공동체로 확장되였다. 한 국가의 주변부에 살고있는 민족공동체로는 일본의 재일조선인과 재일한인, 미국의 재미한인, 로씨야의 고려인, 중국의 조선족이 있다. 이들은 한 국가에서 소수민족이나 소수자이다.
디아스포라의 글쓰기는 대개 고향에 대한 끝없는 향수와 고향과 관련된 기원신화를 공유하는것, 모국과 거주국 사이에서의 정체성 갈등, 이주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수용되지 않는 변두리상태, 경계인으로 살아가기 등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있다.
한국계 미국작가 이창래는1995년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을 출간해 헤밍웨이문학상 등 6개 문학상을 휩쓸며 해마다 노벨상 단골 후보로 꼽혀왔다. 《영원한 이방인》은 정치적사건에 련루된 한국계 미국인 헨리박을 앞세워 이방인으로 존재할수밖에 없던 한 남자의 삶과 정체성 문제를 다루었다. 즉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주류의 사회에 끼지 못하고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헨리박은 경계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 스스로에게 또 세상을 향해 웨치고있다.
재일교포작가 이회성은 1971년 《다듬이질하는 여인》으로, 유미리는 1996년 《가족시네마》로, 현월은 1999년 《그늘의 집》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는데 이들의 작품들은 재일교포들의 애환적인 삶을 다루고있다. 1988년 《유희》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양지의 장편소설 《나비타령》은 거주국에도 속하지 못하고 모국에서도 자기의 귀추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영원한 이방인의 애환을 그렸다.
중국조선족작가 허련순은 중국에서 전국소수민족문학준마상, 윤동주문학상, 김학철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 《바람꽃》(1996)은 한중수교이후 조선족들이 한국인들에게 동포포서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돈때문에 엄청난 모멸을 느끼고 불법체류자로서 법적, 제도적 억압을 경험하면서 조선민족이라는 민족정체성보다 중국공민으로서 국민정체성을 강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가》(2004)에서는 이중적정체성의 갈등으로 고민하고있는 조선족의 과거와 현실을 통해 고향상실과 더불어 목숨을 내건 고향찾기의 실패의 비극을 이야기하고있다. 《중국색시》(2014)는 재외동포법의 개정으로 조선족의 한국이주가 자유로워지자 한족과 조선족의 혼혈로 정체성 혼란을 겪는 녀성과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로 자기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남성이 자신의 상처에 함목되여 상대를 리해하지 못해 결혼이 파탄에 이르고 긴 시간뒤에 사랑의 힘으로 화해하는 모습으로 한국인과 조선족의 협력과 화합을 그리고있다.
중국조선족작가 김인순은 장편소설 《춘향》으로 중국소수민족문학 대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재미교포작가나 재일교포작가들처럼 그녀도 거주지언어로 창작활동을 한다. 김인순의 《춘향》(2008),《판소리》(2000), 《기》(1999), 《고려왕사》(1999) 등 작품들은 민족을 소재로 하여 끊임없는 민족정체성을 탐색하고있다.
그외에도1993년 작품 《택시광조곡》이 영화로 제작돼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하여 화제가 되였던 재일교포작가 양석일은 재일한국인들의 정체성을 소설의 주요 소재로 삼았는데 그는 장편 《피와 뼈》에서 한국인들의 생활지역인 오사카를 배경으로 재일교포 1세들의 삶과 이데올로기를 유장하게 그려내였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작가로 영국에서 활동중인 미라 스타우트는 그의 첫 작품인 《천그루의 밤나무》에서 자신의 외가집인 고씨 가문을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했다.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노라 옥자 켈러는 등단 초기부터 꾸준히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써왔는데 소설 《종군위안부》를 출간했다.
중간상태에 처해있는 디아스포라의 개체인 이민작가들은 모국과 거주국의 문화계통에 대해 잘 알고있는 제3의 문화계통이라 할수 있다. 이러한 제3의 문화계통을 가진 경계인들은 자유롭고도 보다 넓게 경계의 공간을 넘나들수 있어서 풍부한 소재를 갖고있다. 이들은 모국과 거주국인 두 나라의 자연, 인정, 세태를 잘 리해할뿐아니라 이국이라는 타자를 통해 자기 민족과 문화를 비춰볼수 있다. 나아가서 여러 문화와의 접목을 꾀하는데 예술적형식에서도 고금중외의 우수한 문학과 예술의 기법을 적극 수용해 변형, 환몽, 패러디, 아이러니와 역설 등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고 시도한다. 이는 단일문화구조에 비해서 더욱 강한 문화적기능과 예술창조력을 가지는데 그 결과 문화적 변이와 혼종성을 일으켜 다중문화신분을 갖게 된다. 다중문화의 풍부함과 심오함이 최근에 세계적범위에서 디아스포라작가, 디아스포라문학이 각광받는 리유가 아닐가싶다.
래원: 인민넷-조문판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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