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18)
2016년 05월 13일 13:50【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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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랍니까. 그 악당놈들이 생눈깔을 뽑으려 드는겁지요!”
부관은 젖먹은 밸까지 뒤집혀서 씨근덕거렸다.
“한푼도 더는 못 얹어. 가서 말해, 한푼도 더 못 얹는다구!”
대대장이 단호한 태도로 분부하였다.
그러나 부관은 이내 또 허둥지둥 달려와서
“안된답니다. 안된다고 딱 잘라뗍니다.”
하고 숨이 턱에 닿아서
“저 날강도놈들이 글쎄 한푼도 덜해서는 안된다고 배짱을 퉁기니 이를 어쩝니까?”
“어쩌긴 무얼 어째? —짓쳐나가지! 개새끼들, 안돼? —짓쳐나가!”
대대장은 천둥같이 화가 나서 이렇게 소래기를 지르고 이어 전대에 명령하기를
“날창 꽂앗! 안전기 열엇!”
형편을 보아하니 일장의 류혈충돌은 불가피면이라 우리도 따라서 액운을 면치는 못할 모양이였다. 하여 우리는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미첩에 박두한 결사전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었다.
어둠속에 서슬푸른 살기가 갑자기 들어차서 우리는 산비가 오려고 루각에 바람이 가득한것 같은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허나 세세대대 “삼국”, “수호”의 정신으로 도야되였고 또 군웅할거의 틈바구니에서 단련이 된 그들은 인정에 통달했고 또 변통수가 능란하였다. 괴뢰군 장병들은 무른 땅으로 알고 박으려던 말뚝이 너럭바위에 부닥친것을 알고는 얼른 태도를 일변해서 웃는 얼굴로 얼렁뚱땅해 넘겼다.
“다같은 겨레끼리 집안싸움 할것 뭐 있소? 자, 자, 어서들 건너가시오.”
한데 우리 대오의 꼬리가 막 봉쇄선—적의 군용도로를 다 건너서자 별안간 등뒤에서 요란한 총성이 일어났다.
“저런 망할 놈들!”
나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여나왔다.
“일없소, 저건 행차뒤의 나발이요. 왜놈들 들으라고 해보이는 수작이요.”
배속이 유한 대대장이 상거롭게 말하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아니나다를가 그 숱한 총알들은 다 하늘구경을 올라가는 모양으로 우리 근처에는 어느 한놈 얼씬거리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