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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넷 조문판>>김학철>>《해란강아, 말하라!》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26)

2016년 12월 22일 13:48【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五一 구사일생

망연자실하여 영옥이는 얼마 동안 아무 것도 생각하는 것이 없이 그냥 한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아니 하였다。

중간까지 건너 온 다리가 갑자기 발 밑에서 흔들리며 무너져 나가는 것 같은 그런、겉잡을 수 없는 공허감과 손실감과 그리고 공포에 그는 몸을 떨었다。

그렇게 될 것을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참혹한 정경이、눈 앞을 주마등 처럼 돌아서 지나 가고 또 돌아서 지나 가고 하였다……

비록 그렇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영옥이는、비탄의 늪 속에 가라 앉아 아무 방법도 없이 거저 자꾸 울고만 있을 그런 녀자는 결코 아니였다。급한 환자를 위하여 팔십 리 산 길을 폭풍우의 밤에 돌파하여 의원을 데리려 갈만한、기개와 정열과 그리고 용기를 그는 아울러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들끓으며 쏟아져 내려 오는 감정의 기세 사나운 분류를 차디찬 리성의 철갑문으로 막아버리고、그리고 실제적인 문제-어떻거면 구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였다。

덤비지 않고 곰곰히、흥클어진 실꾸러미에서 실오리를 갈라 내 듯 그렇게 차근차근 생각하여 보았다。

웃음 속에 칼을 감춘 박승화의 희멁언 상통、썩은 달걀의 누런 자위 모양으로 가라 앉은 최원갑이의 눈깔、꼭 쥐여 짜 놓은 베행주 같은 장검이의 사촌 누의……어느 것을 그려 보아도 광명은 그의 머릿 속에 비치여 들지 아니 하였다。

그러나 문득 한 사람의 얼굴이 안개 낀 밤의 등불 처럼 흐릿하게 떠 오르더니、그것이 차즘 뚜렷하여 갔다……

영옥이는 놀라움을 그리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내여 소리 치였다。

「아、김 서방이 있었지!」

「너두 영옥이、김 서방을 생각했니?」

깜짝 놀라 돌아다 보니 거기에는 엄숙한 표정을 한 오빠-영수가 서 있었다。

영옥이는 골돌히 제 생각에 잠기여 모르고 있었지만、영수는 그의 등 뒤에 와 서 있는지 벌서 오래였다。해도 그는 누의 동생의 슬픈 안정을 휘저어서 그 아픔을 더 하여 주고 싶지 않아 거냥 거기 말 없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래요、오빠! 김 서방이、」영옥이는 비장한 흥분 때문에 눈물을 먹음으며 거의 부르짖다 싶이 하였다。「거기 있는 걸 왜、난 여태-생각 못허구……」

끝은 말을 이루지 못하였다。옷고름으로 눈 구석을 누르며 그는 돌아 서버리였다。그리고는 참지 못하여 어깨를 들먹이며、소리를 죽이느라고 입술을 깨물며 흐느끼였다。

영수는 누의 동생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그리고 한 손으로 그 머리에서 조심조심 검부자기(영옥이는 저녁을 지을 때、검불을 한 아름 안아다 때였다)를 하나 떼여내 주었다。

그리고 격려하였다。

「김 서방은 결쿠、가만 있지 않을 꺼야! 그리고 또 이제 막 나는 박 서방과 성길이를 화련다 보냈어-무장을 가지구 곧 증원을 와 달라구……날이 새기 전에 아랫 골안 그 자들의「단」실을 습격헐 작정이야! 일이 이렇게 된 김에 아주 저레 그 뿌릴 뽑아버릴 작정이야!」

「정말、오빠?!」울음을 다 그치지 못한 채 홱 돌아 서며 쳐다 보는 영옥이의 눈에는、소나기를 내려 퍼붓다가 버언해 지는 구름 사이로 내 비치는 햇발 같은 미소가 빛났다。

「정말。」

「치만 오빠、김 서방이 난、너무 좀……」영옥이는 김 서방의 사람 됨이 진실만 하였지 아무런 방법도、결단성도、그리고 용기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생각 나자 저으기 또 불안해 지였다。

「설사 그렇다손 치더라두……」누의 동생이 하는 말의 뜻을 영수는 잘 리해하였다。그래、「내 생각엔、그 자들이 장검일 말이야、장검일 어쩐대두 이 밤 안으룬 어쩌질 못헐 거니까……」

하나 영수의 이러한 예측은 크게 어그러 지였다。

박승화는 장검이를 생포하자 곧 총안 뚫린 토담 즉、흉장으로 둘린「자위단」「단」실로 끄을고 올라 갔다。

격투 가운데 어느 눔의 쇠갈구리에 바른 쪽 무릎 아래를 약간 긁히여 거기서 피가 흘러 내리는 것을 마침 잘 되였다 생각한 장검이는、뼈를 다치기나 한 것 처럼 일부러 그 다리를 지일지일 끄을면서 애를 먹히며 떠밀리워 올라 갔다。

람포 불 심지를 한껏 도꾸어 환 하여진「단」실 안에서 박승화는、대충 깎아 대패질만 하고 칠은 하지 않은 책상(겸 식탁)을 사이에 두고 장검이와 마주 앉았다。

상의 빈 한 쪽 머리는 살기등등한、그러면서도 득의양양한、눈통이 썩은 살구 모양으로 부어 오른 최원갑이가 막고 섰다。

밖에서는 무기 가진「단」원들이、구경할 욕심으로 따라 올라 와「단」실 마당으로 밀리여 들어 오려는 군중을 제압하기에 기름 땀들을 빼였다。

「여기가 어딘줄 알구 이렇게 함부루?」

「밀지 말아、밀지 말아! 밀지 말라는데?」

「아구、발이야!」

「거、누구야? 그 구멍으루 대가릴 들여 미는건!」

「쏜다、쏴!」

「물러 나、물러 나!」

「볼께 뭐 있어?」

안에서는 거죽에 떠 오르려는 조소를 눌러 감추며 박승화가、평화스러운、그러나 리면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그런 어조로 물었다。

「어쩔래、가져 간 권총을 내려 보내라구 편지 한 장 쓸래? 우린 바꿀 작정이야……최 분단장의 권총허구 적위대 대장의 목숨허굴……바꿀 작정이야。」

래원: 인민넷-조문판 (편집: 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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