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26)
2016년 05월 25일 14:58【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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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연구없이 함부로들 지껄이지 말아. 남은 지금 황자가 되려는 판인데.”
“황자? 황자란게 도대체 뭐 말라빠진게야?”
“군사전략가 몰라? 손자(孙子), 황자(黄子)!”
배안은 갑자기 웃음판으로 변하였다. 정 성화를 바치면 황기봉이는 사정을 하는것이였다.
“제발 좀 내버려둬줘. 저희끼리 놀면 되잖아?”
이튿날 나는 우연히, 황기봉이가 돛대밑에서 제 그겉에다 차는 모젤1호권총을 끌러서 옷속에다 즉 상의밑에다 차는것을 보았다. 우리는 정찰활동을 하는 부대가 아니였으므로 휴대하는 무기는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겉에다 차기 마련이였다. 황기봉이는 허리를 구푸리고 한손으로 제 엉뎅이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내게로 고개를 비틀고 웃으며 묻는것이였다.
“겉으로 뵈니? 총끝이 드러나, 안 드러나?”
“어째, 갑자기 특무가 되고싶어?”
하고 내가 빈정거렸더니 그는
“뵈나 안 뵈나만 말해.”
하고 싱글거리며 대꾸하는것이였다.
“인간이란 경우에 따라서 눈치놀음도 할줄 알아야 하는 법이라니.”
“황너구리가 다르긴 하다.”
황기봉이는 허리를 펴며 의논성 있게
“아무래도 멜빵이 좀 긴것 같지? 한 구멍 줄여야겠다.”
하고 또 싱글싱글 웃는것이였다.
이튿날아침, 우리는 의전례하여 모두 뭍에 올라서 강뚝을 따라 달렸다. 그것이 곧 행군중의 아침체조였다. 삼삼오오로 앞서거니뒤서거니 오륙마장, 칠팔마장씩 달리고나면 몸이 거뜬해지고 또 정신이 상쾌해진다. 연후에 다시 배에 올라서 아침식사를 하면 밥맛이 좋기가 비길바 없다. 각 식사조는 네 사람씩이다. 한데 이날아침 황기봉이네 반조의 김흥(김흠)이가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들떼여놓고 묻기를
“우리 여기 어째 식구 하나가 모자라는구먼, 황기봉이가 안 보이니 웬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