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3)
2016년 04월 21일 15:09【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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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객들중에서 몸매가 날씬한 월나라의 서시(西施) 아닌 초나라의 서시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단발머리의 젊은 녀인은 검박하면서도 시체에 맞는 옷차림을 하였는데 역시 배전란간에 홀로 기대서서 맑은 물결이 수려한 강기슭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를 휘저어 흩어뜨리는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어져도 쓰다듬을 생각을 않고 바람이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그 시름없는 눈초리에는 망국의 비운을 우려하는 빛이 우린듯하였다. 나는 불현듯 생각이 나서 벌써 언제부터 물어보자 하면서도 못 물어본 말을 소곤소곤 김학무에게 물어보았다.
“전에 더러 녀자친구를 사귄 일이 있지?”
“어디 그런게… 없어, 없어.”
김학무는 쑥스러운듯이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정말?”
나는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그의 기색을 살폈다.
“실없이 누가 거짓말을 할라구.”
“그래?”
“사실 말이지 난… 녀자들 하고 맞서기만 하면 왜 그런지… 주눅이 들어서 당초에.”
“흠, 그렇게 주눅이 잘 드는 사람이 제남에서는 어떻게 백주에 그런…”
“제발 그 이야긴 인제 더 꺼내지 말라구. 그 일하고 이 일이 어떻게 같아? 공사하고 사사가 같아? 다른 이야기나 하자구, 음?”…
단촉한 일성기적이 배가 이미 장사강변부두에 와닿았음을 알리였다. 한데 뜻밖에도 선창에는 국민당의 헌병들이 웅긋쭝긋 서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것쯤은 응당 예측을 했어야 할것인데 나는 데면데면하게도 그만 금서목록에 들어있는 좌익서적 몇권을 휴대하고있었다. 그래 어찌할바를 몰라 혼자 왼새끼를 꼬다가 조선말로 나직이 김학무와 의논하였다.(그때 그는 이미 중국공산당 당원이였다. 물론 지하당원이다. 그는 그해 이른봄 2월달에 호북에서 입당하였었다.)
“어떻건다?”
“생활서점거야?”
“신지서점것도 있어.”
“또 다른건?”
“외국어판이 한권 있는데.”
“일없어, 그럼. 저것들은 다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반병신들이야. 못 들춰내.”
아니나다를가 김학무가 료량한대로 그 얼간이들중의 하나가 다가와서 내 들가방속의 책들을 집어들고 한동안 뒤적뒤적해보더니 무슨 탈을 잡지 못하겠던지 입속으로 웅얼웅얼하더니만 내키지 않는듯이 경례를 붙이고 시들해서 저쪽으로 가버렸다.
워낙 신중하고 경험있는 출판업자인 추도분(邹韬奋)선생과 그 동료들은 미리미리 맑스, 엥겔스, 레닌 등의 글자를 모두 칼, 프리드리히 또는 일리이치로 고쳐놓았던것이다. 그리고 또 책뚜껑은 모두 내 손으로 리카도, 아담스미스, 헤겔 등으로 고쳐놓았던것이다. 출판자의 주도한 용의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