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10)
2016년 05월 03일 13:50【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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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조선의용대
구강이 일본침략군에게 점령된 뒤에 우리는 무한에 모여들어서 조선의용대를 건립할 준비사업에 착수하였다. 당시 즉 1938년 여름의 무한은 동방의 마드리드로 묘사되였으며 대무한을 보위하자는 웨침은 사람들의 가슴에 애국의 격정을 불러일으켰다. 날마다같이 해가 서산에 기울어질무렵이면(해를 등에 져야 눈이 부시지 않아서 공중전을 하는데 유리하므로) “정의의 검”이라고 세상에서 부르는 쏘련공군의용대의 전투폭격기 편대가 우렁찬 폭음을 울리며 우리의 머리우를 날아지나서 구강으로 일본침략군의 함정들을 폭격하러 가군 하였다.
조선의용대 건립전야에 주은래동지가 와서 두시간에 걸치는 정치보고를 하였는데 그 보고가운데서 그는 사회혁명과 민족해방과의 관계 등 일련의 문제를 풀이한 끝에 장국도가 도망친 경과에도 언급하였다.
—장국도는 제멋대로 섬북을 떠나 무한으로 갔다. 그날 밤 주은래동지는 한구에 설치되여있는 팔로군판사처에서 장국도와 잠자리를 같이하며 날샐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밤 창밖에는 가을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다. 그는 장국도에게 무산계급을 저버리지 말고 또 스스로의 신세를 조지지 말라고 완곡하게 타일렀다. 그리고 심지어 이런 말까지 하였다.—당분간 조직을 떠나서 자유로운 립장에 서는것도 무방하나 반동파에게 리용만 되지 말아라고. 이튿날 그는 장국도와 함께 장개석을 보러 가기로 했다. 당시 장개석의 행영 즉 림시대본영은 무창에 설치되여있었다. 두 사람이 강한관도선장에 가서 련락선을 기다리는중에 주은래동지는 아는 사람 하나를 만나서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게 되였다. 한데 그 짧은 몇분 동안에 등뒤에 서있던 장국도가 온데 간데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선객을 만재한 련락선은 배줄을 감고 안벽을 떠났다. 이틀후에야 그는 비로소 소식을 듣게 되였는데 당시 장국도는 혼자 몰래 뒤구멍으로 빠져서 장개석을 보러 갔다는것이였다. 그 결과 장국도는 매수를 당하여 혁명을 배반하였다.
“대무한을 보위하자!”는 웨침이 사람들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나날에 조선의용대는 한구에서 그 건립을 떨친 조선의용군의 전신으로서 그 골간은 중앙군관학교 졸업생들과 연해안 각 대도시의 대학생들로 이루어졌었다.
의용대의 대장은 김원복이고 제1, 제2 지대의 지대장은 박효상과 리익선이였다.(후에 의용군으로 발전한 뒤에는 무정이 사령으로 되고 박일운(박일우)이 정치위원 겸 부사령 그리고 박효상이 부사령으로 되였다.) 조선의용대의 대호는 KOREAN VOLUNTEERS의 첫 두개의 자모 KV, 즉 “조의”였다.
의용대가 건립된후 두개 지대는 남북 각 전구로 갈리여 제1선전투에 투입되였다. 제1지대는 호남 제9전구에 그리고 제2지대는 호북 제5전구와 하남 제1전구에.
손을 나누기전에 나는 강진세와 림평, 그리고 안창손 이렇게 넷이서 강을 건너 무창 사산 누에머리에 있는 천하에 그 이름 높은 황학루에 올랐다. 대오를 편성할 때 나 하나만 제1지대에 편입되고 그들 셋은 다 제2지대 소속으로 되였었다. 하여 풍운이 급을 고하는 물정소연한 나날에 우리는 부득불 뿔뿔이 전선으로 떠나가야 하였다.
림평은 내가 서울서 중학교를 다닐 때의 동창생이자 또 군관학교의 동창이였으며 안창손이는 내가 상해에서 지하공작을 할 때의 동료이자 또 군관학교의 동창생이였다. 허나 그날 황학루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넷중에서 아직까지 살아있는것은 나와 강진세 두 친구뿐… 또 그 둘사이에도 련신이 끊긴지가 어언 근 30년!
림평은 죽어서 태항산에 묻히였고 안창손이는 조선인민군포병사단 참모장의 몸으로 조선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다가 미제침략군의 직격포탄을 맞아 영용하게 희생되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내 피에 젖은 군복과 더불어 싸우는 태항산에서 잃어졌다. 하여 지금에 와서 남은것은 아직도 생생히 내 눈앞에 떠오르는 양자강반의 그날의 황학루… 한데 어찌된 일인지 그 황학루의 기억은 내 머리속에서 늘 리백의 시의 구절과 섞갈리는것이다.
고우가 황학루를 서쪽에 두고 떠나가니…
바라보이는것은 하늘 끝간 곳을 흐르는
장강의 물줄기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