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
2016년 11월 17일 14:50【글자 크게
복원 작게】【메모】【프린트】【창닫기】
一 소결이
「……자네 보긴 그래、젊은 과부허구 늙은 총각이 소결일 해 가지군 서루 밀거니 당기거니 허는게 아무치두 않단 말이지!」
「헷、참、배 앓을 일두 쌧지! 제 녀편네 단속이나 잘 허문 될께지、무에 그리두? 떠들지 말아!」
「자넨 여적두 그런……」
「쉬이! 저길 보라구!」
「무어?……」
「그 첨지야! 곰보! 행석이……」
「어디? 오호、정말!」
밭 갈이를 하다가 쉴 참에 담배들을 꺼내여 신문짓 조각에 말아 피우며 서로간 지지 않겠다고 이렇게 가ㅎ다니 부ㅎ다니 싱갱이질을 하고 있던 두 사람-하나는 눈이 커서 그런지 겁이 많기로 소문 난 류인호、또 하나는 평생을 대소사 불문하고 남의 의견을 반대하는 것으로 락을 삼는 박화춘이-가 눈에 부신 볕을 가릴양으로 이마에 손 바닥을 가져다 대고 바라 보는 등성이 위읫 길을 이 때、사람 하나이 걸어 내려 오고 있다。
그것은 이 동네-버드나뭇골(중국 사람들은 류수툰、류수툰 하였다)-사립 학교 교장 겸 선생인 김달삼이의 아버지、얼굴이 약간 얽음얽음 하여서 동넷 사람들이 본인 안 듣는데서는 곰보 유사라고 부르는、행석이 김 유사다。
어디멧 공교회가 그에게 유사의 칭호를 수여하였는지는 아무도 모르나 하여튼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르기 습관하였다。
그러한 그가 지금 무엇에 눈을 팔리는지 얼굴은 저 쪽으로 줄곧 돌인채、돌뿌리에 채이거나 움푹 패인 소 발자국을 드딜 때 마다 너머질락 너머질락 하면서도 앞은 보지 않고 느럭느럭 내려 오면서、때로는 숫제 아주 발을 멈추고는 한참씩 그 쪽을-등성이가 가리여 낮은 곳에 앉아 있는 이 두 사람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데를-마치 지붕 위에서 참새를 노리는 고양이 모양으로 노려 보고는 하는 것이다。
「히히! 보라니!」의미 있는 눈짓을 하며 곁읫 사람의 옆구리를 쿡 지른다는 것이 잘못 하여 남의 손에 들리여 있는 담뱃 불에 손 등을 데우고 깜짝 놀라、「아앗、뜨거!」소리 치며 화춘이는 그 데인데다가 침을 발랐다。그리고는 남의 재액을 즐거이 감상하는 사람의 심정으로 덧 붙이여 말하였다。「자네가 공연히 배를 앓른 그 과부 총각이 밭 갈이 허는걸 저 첨대긴 속이 쏴 나서 저렇게 노려 보구 섰는거야、알아? 히히!」
「남의 일이라구 자넨 그저……」인호는 그 큰、흰 자위 많은 눈 알을 한 쪽으로 몰아 구을리며 꾸짖는 어조로 댓구 하였다。「바꿔서 한 번 생각해보지、어드런가! 만약 제 소를 윤두(배내소의 사투리)준게 그ㅎ게 됐다문 그래、자넨……」
「그런 시시넙적헌 수작 좀 작작 허라니! 젠장헐、아、그래 내가 만일……야、온다! 떠들지 말아!」
「떠들지 말아!」는 박 서방의 누구나 보고 하는 말 버릇이였다。
제가 걸어 내려 온 등성이의 릉선이 이마 높이 보다 더 높아지자 행석이 김 유사는、뒤가 잡아 다리우는 것을 억지로 질긴 힘줄이나 처럼 끊어버리고、비로소 처음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그러나 바람에 대목이 부러진 조 이삭 모양으로 필요 이상 그것을 수그리고 온전한 걸음 걸이로 내려 오기 시작하였다。
「김 유사、오시우!」먼저 일어나、그를 만날 때면 언제나 하는 관습 대로 허리를 약간 굽으리며 이렇게 인사하는 류인호의 표정은 평소 보다 한결 더 정중하였다。소박한 동정심의 류로인가?
그러나 이와 반대로 박화춘이의 인사는 풍자와 야유가 거의 로골적으로 포함된 것이였다。그는 정도 이상 허리를 굽썩 하고는、눈을 류난히、마치 어떻거나 이웃 집 아주머니의 속곳 밑을 울바자 구멍으로 엇본 시럽장이 놈의 그것 마냥 쾌활하게 번득이며-물었다。
「어딜 가시우、김 유사?」
그는 김행석이네 밭이 어디메 있다는 것을、그가 자기네 밭으로 가려면은 이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그가 이리로 온 것은 비록 손에 남의 눈을 가리기 위한 변명의 도구-조 씨 담은 댓두박-가 들려 있기는 하지만、그 목적이 어디메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일부러 이렇게 묻는 것이였다。
「어? 응、아니、뭐 거저……그 불 이리 좀……」손읫 것을 내려 놓으며、꺼진지 오랜、타다 남은 엽초가 담겨 있는 담뱃대를 내여 밀며 불을 얻으려는 것으로 대답은 얼버무려 넘기였으나 김 유사는、자기의 당황과 흐린 저녁 하늘 같은 우울을 그 얼굴에서 금시로 지워버리지는 못 하였다。
귀 밑에는 서리가 희끝희끝 하였으나 기실、김행석이는 쉰의 고개를 넘어 선지 이태도 채 못 된다。먹을 만큼은 밭 또야기도 있고、제 앞을 가릴 만큼은 글짯자도 알기에 여적 남에게 괄시는 받지 않고 살아 왔으나、아들에 며누리에 손자에、그리고 딸、사위 부러울것 없이 다 구비도 하였으나、오직 상처하고 삼 년이 되여도 마누라 없는 것이 그는 적적하고 불만하였다。
그래 지난 겨울 그는 중간에 사람을 내 세워 이웃에 사는 성은 허 씨요、이름은 련하라고 부르는 젊은 과부에게 말을 걸었다。단지 좀 거리끼우는 것은 나이 너무 차이 나는 것이였지만(며누리 즉、달삼이의 색씨 보다도 한 살인가 두 살인가 아래니까)그래도 자기의 근력이나 살림 형편을 보아 말만 건니면 락자 없으리라는 자신이 있었기에 그리 하였던 것이다。
그런 노릇이 뜻 밖에도、무안하게도「그럴 생각 조금치두 없어요」하는 쌀쌀한 단마디 말로 거절을 당하였다。
그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 그 녀자에게는 이미 그 때、의중의 사나이가 있었으니까。설사 또 그런 상대자가 없다손 치더라도 그 녀자의 눈 안에 김행석이가 들 리는 만무하였으리라。늙은 홀아비는 적적함에 눈이 어두워 그만 사람을 잘 못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