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해란강아, 말하라!》(1)
2016년 11월 17일 14:50【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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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묘목을 떠 오기 전 여섯 달에、지하로 자기의 거대한 세포 조직을 늘궈 나가던 중국 공산당의 뜨거운 손ㅅ길이、이 동네에서 처음으로 그에게-빈한한 젊은 농민인 그에게-뻗어 와 닿은 것이다。
「그럼 편안히 쉬시우。」를 하고 나와서 신발을 신으며 달삼이는 들릴락 말락하게、문을 열어 자기를 바래우는 영수더러 말하였다。「나 잠깐 좀 보자구。」
아무 말 없이 따라 나온 친구의 옷자락을 붓잡고 달 빛 푸른 하늘 밑에서 달삼이는、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하듯 간청하였다。
「자네 준 그 소를 찾아 오라구 우리 집 령감태기가 막 지랄일세、-어쩌문 좋겠나?」
「소를? 건、또 왜!」캄캄한데서 불시에 몽둥이로 어깻죽지를 힘껏 한 대 얻어맞은 사람 모양으로 비트적 하였으나、금시로 다시 자기의 원래 자세를 회복하며 영수는 낮게 짧게 이렇게 되물었다。
「영수……」하고 불러 놓고는 필요도 없이 발을 갈아 드디고、그리고 눈을 내려 떠서 상대자의 메투리 끝을 그것으로 포착하며、한참을 망서리다가 드디어 결심하고 달삼이는 고백하듯、그러나 분개하여 그것이 알릴 정도로 떨리는 어조로、「련하와 자네와의 사이를 시샘해서 그러는기지 뭐야!」하고는、내 이 지성을 제발 좀 알아 주려므나! 하듯 눈을 똑 바로 들어 친구의 눈동자를 쏘아 보며 말을 맺었다。「쓸데 없는 고려 이전 다 집어 치우구、오늘 밤 안으루라두 성살허라구!」
그가 말하는 성사란 허련하와의 혼사를 가리키는 것이였다。
날 콩을 한 오큼 잔뜩 움켜서 영문도 모르는 소 입에 가져다 바쳐 주며 그것을 다 먹을 동안、손 목에 훈훈한 소의 코ㅅ김을 감각하며 영수는、얼떨하니 곤한 잠을 불시에 깨친 사람 모양으로 서서 무심하였다。
손 바닥을 소의 끈기 있는 혓 바닥이 핥을 때야 비로소 제 정신이 들어、다시 가 또 한 오큼 수북히 떠다 그 입에 대여 주었다。
그는 자기의 로동의 반려인 이 물레뿔 암소에게 고무줄 같이 질긴、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어느 새 맺어지였는지 아지도 못 할 그런 강렬한 애착을 느끼였다。그는 머리만 띠잉 한 것이 아니라、다리까지 휘친거리였다。
소를 끄을고 제 집 마당 안으로 들어 서며 달삼이는、령감태기에게 고삐를 홱 뿌려 던져 주고는、「엇소、받우! 이전 속이 시원허우?」하고 한 마디 쏘아 박아 주리라 결심하였다。
그러나 막상 소 사람을 맞아서 뜰 아래 내려 와 선 아버지와 맞우 서고 보니、그는 마음을 고쳐 먹지 않을 수 없었다。-사전에 버티여 일을 이 지경으로 망쳐먹지 말았어야지、이제 와서 다 틀어진 연후에 가정 불화나 더 일궈 놓으면 무슨 소용있어?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늙은이는 낯 익은 소를 머리에서 꼬리까지 한 번 주욱 훑어 보고 나서는 아뭇 소리 않고 빈 담뱃대를 손 바닥에다 대고 털며 밖으로 나가버리였다。
아들은 피끗 그 아버지의 얼굴에서、「좀 지내쳤군!」하는 후회의 빛과 스스로 저를 책하는 기색을 보아 내였다。
김 유사는 자기의 불유쾌를 늙은 친구들과의 잡담 가운데서 잊어 보려고 이웃에 말을 갔다。그리고 물론 거기에는 또、배내소를 줄 적당한 자리를 수소문하여 알아 보려는 경제적인 타산도 있어서였다。
영수에 대한 미안과 연약하고 줏대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에 제 머릿카락을 쥐여 뜯으며 달삼이는、귓 가에 와서 무어라고 안위의 말을 짓씨버리는 안해를 정주로 몰아 내고、컴컴한 방 안에 혼자 팔굽을 베고 누었다。-가지가지의 생각이 머릿 속을 바람개비 처럼 현깃증 나게 돌아 갔다……
「으음、옳지!」얼마 만에 무슨 묘책이 떠 올랐는지 달삼이는、이렇게 낮게 입 속으로 외치며 벌떡 일어 났다。그리고는 골방 문을 소리 안 나게 살몃이 밀어 열고 그리로 기여 들어 갔다……
거기서 그는 보이지 않는 데를 더듬어 겉을 신문지로 바른 손궤 하나를 찾아 내였다。잠겨 있는 조꼬마한 잠을 쇠를 비틀어 뜯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지전 묶음을 꺼집어 내였다。
그것은 봄 갈이가 끝나고 소ㅅ값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려서 배내이 할 소를 한 짝 더 사려고 김 유사가、벌써부터 한 장 씩 반 장 씩 차곡차곡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고 금찍하게 모아 둔 피 나는 돈 오십오 원이였다。
달삼이는 그것을 그냥 들고 나오려다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며 한 번 더 도리켜 생각하여 보았다。-이냥 업새 치우면 혐의자는 나 바께 더 있겠는가! 그래 그는 뒷곁으로 통하는 골방 문의 걸린 고리를 벗기고、바로 그 곁、문ㅅ살 틈에 손이 들어 왔던것 처럼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그는 그 돈을 영수에게 주어、그 집에 때 마침 외숙이 와서 묵고 있으니까 돈의 출처에 대하여는 핑게가 얼마던지 좋을테니、소를 사게 할 심산이였다。
그래 그는 그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그 겉을 손 바닥으로 꾹 누르고 금시 날기나 할것 같이 거뜬한、쾌락한 심정으로 친구의 집을 향하여 뛰여 갔다。-「얼마나、얼마나 기뻐하랴!」
그러나 막상 그 집 삽작 문 앞에까지 가 다다르자 그의 마음에는 또 다시 동요가 생기였다。발걸음이 저절로 멎어지였다。
-「이랫다가 만약、이것이 내가 한 짓인걸 저 령감이 알게 되는 나들에는? 발광을 헐테지! 날벼락이 떨어질테지! 그렇게 되문 내가 견뎌 박일 재간이 있나!」-여기서 그는 발길을 돌리였다。
돈은 어디 안전한 곳에 감추어 두고、며칠 간 늦어진다더래도 큰 문제는 없는 거니까、그대로 좀 더 일 되여가는 형편을 보고 처리하리라 결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