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기르고 겨울에 깎고
문명철의 별명은 “땅딸보”였다. 군관학교시절에 한교관이 수업중에 그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땅딸막한 학생… 대답해보시오.”
한것이 기인이 되여 그는 죽는 날까지 그 “땅딸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것이였다. 허나 기실 그는 키가 작지도 않았고 또 딱 바라지지도 않았었다.
문명철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윤복구(尹卜驹)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중국녀자로서(현재 할빈에 있다.) 호남 어느 문예공작단의 배우였는데 인물은 별로 보잘것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우리에게 노래(항전가곡)를 가르칠 때면 의례 한마디
“목이 좀 쉬였어요.”
하는 버릇이 있었다. 마치 무슨 일시적인 원인으로 그렇게 되기라도 한것처럼 또 미구에 곧 다시 청청한 목소리로 되돌아가기라도 할것처럼. 그러나 8년항전이 끝이 난 뒤에까지도 그녀의 목소리가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와 같이 고와지는걸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시의 루적은 곧 영구라고들 하잖는가!
문명철이에게는 남다른 괴상한 버릇이 있었다. 여름이 되면 머리를 기르고 겨울이 되면 머리를 홀딱 깎아서 중머리가 되는것이다. 그는 분명히 인류, 즉 고등동물이였다. 락엽교목이 아니였다. 감나무, 오동나무 따위의 식물이 아니였다. 한데 어째서 그에게 여름에 피고 겨울에 지는 락엽수적습성이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모를 일이였다. 하긴 그의 그런 괴이한 습성은 태항산에 들어온 뒤에 생긴것으로서 력사가 그리 길지는 않았다. 국민당통치구역에 있을 때는 그런 버릇이 없던것을 나도 잘 알고있다.
하여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에게 도대체 어찌된 셈판이냐고 한번 물어보았다. 한즉 그는 막 삭도질을 해서 새파랗게 된 중머리를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며
“겨울엔 더운물이 없는데… 머리감기 귀찮잖아?”
하고 쓴웃음을 웃는것이였다.
“땅딸보가 다르긴 하다!”
하고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돌아섰다.
한데 어찌 알았으리, 그로부터 겨울을 두번 겨우 더 나고 그가 태항산에서 전사할줄을.
그리고 또 한해가 지나서 일본이 무조건항복을 하여 우리는 다시 도회지에 들어와 살게들 되였다. 머리를 감는데 더운물이 없을 걱정도, 목욕을 하는데 더운물이 없을 걱정도 다 할 필요가 없게들 되였다. 허나 우리의 “땅딸보” 문명철이는 이런 편한 생활을 할 때까지 살지 못하고 황천의 외로운 나그네로 되여버렸다. 그가 태항산 풀 우거진 땅에 묻힌지도 어언 서른일곱해! 피투성이 된 그의 시체가 안장될 때 전우들이 부르던 구슬픈 영결의 노래—“조선의용군 추도가”는 이러하였다.
사나운 비바람이 치는 길가에
다 못 가고 쓰러지는 너의 뜻을
이어서 이룰것을 맹세하노니
진리의 그늘밑에 길이길이 잠들어라
불멸의 영령
(김학철 사, 류신 곡)
래원: 인민넷 | (편집: 김홍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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