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련재—《항전별곡》(25)
2016년 05월 24일 13:35【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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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중국사람으로 변복을 한 그들은 아닌보살하고 배에 올랐다. 한칸에 100명도 더되는 선객들이 붐비는 3등선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숨들을 돌렸다. 한데 얼마 오래지 않아 곧 그들은 선실안의 분위기가 좀 야릇한것을 감촉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저희 두 사람에게 쏠리는것 같이 느껴진것이다. 공명운은 어떻거다가 눈결에 등뒤에서 웬 망나니가 저를 가리키며 입짓코짓을 하는것까지 발견하였다. 상해에서 남경까지 두 사람은 내처 그런 원인을 알수 없는 야릇한 분위기에 싸여서 갔다. 거북살스럽기라니!
하여 남경부두에 내리자마자 그들은 뭇사람의 그 거북살스러운 시선을 한시바삐 뿌리칠 생각으로 택시 한대를 불러타고 중앙대학으로 직행을 하였다. 김학무란 조선학생은 그들의 찾아온 뜻을 알자 금시로 희색이 만면해지며 한빙을 보고
“원로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선생님의 선성은 벌써부터 익히 들어모시고있습니다. 어서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하고 여간만 반가와하지를 않았다.
수인사가 끝난 뒤에 김학무는 다시 의아쩍은 눈치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나직이 묻기를
“한데 어째 두분께서는 그렇게 눈에 띄게 녀복차림들을 하셨습니까?”
한빙이 안 들었으면 모를가, 들은 이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싶었다. (허참, 그래서 다들 우리를 봤구나! 망신이다, 톡톡한 망신이다.) 하고 그는 속으로 괴탄을 해마지않았다.
허나 우습강스러운 녀복차림을 한 공명운은 산 허수아비처럼 버티고 서서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태연자약하여 모두 못 들은체 먼산바라기만 하였다. 속으로는 그래도 제가 옳았다고 배심을 부릴는지도 모를 일이다.